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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안보 비용 부담, 이미 최고수준”… 美 방어 논리 대비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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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안보 비용 부담, 이미 최고수준”… 美 방어 논리 대비책 세워야

입력
2017.06.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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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기 수입 부담도 많아

구매비로 상쇄 효과 등 지적

동맹ㆍ주한미군 역할 거론하며

토지 등 간접 비용 언급할 필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 오를 의제 가운데 양국간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 적지 않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에게 노골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동맹국 안보를 명분으로 투입하는 패권 유지 비용은 막대하다. 70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 형편도 악화했고, 지구 곳곳에 배치된 자국군의 덩치를 감당하는 일도 예전보다 힘들어지고 있다.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상대로 안보 청구서를 내밀며 본격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한국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을 상대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ㆍ운용 비용 합의 번복 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쯤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 등을 통해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사드를 들여와 가동하는 비용은 전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 내용을 뒤엎는 폭탄 발언이었다. 화들짝 놀란 한국 정부는 곧장 미국 정부에 진의를 물었고, 종전 합의가 유효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드 비용 언급의 진짜 의도는 안보 비용 분담 요구 명분 확보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당국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측 방어용인 사드에 드는 비용을 자국이 모두 부담하는 만큼, 반대급부로 수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댈 것을 요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진행되는 향후 5년간의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미국이 올해 기준 9,500억여원 수준인 한국 몫 분담금을 당장 2019년부터 1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한반도로 전략무기를 출동시키는 데 드는 돈과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되는 비용도 포괄적으로 보면 한국 방위비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미국이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패권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인 미국 방위산업체의 무기 구매를 더 늘려달라는 은근한 압박도 한국을 향할 수 있다.

미국의 안보 비용 분담 요구는 역대 정부가 매번 직면한 골칫거리였다. 박정희ㆍ노무현 정부처럼 국내 반대 여론에도 미국이 벌인 전쟁을 돕기 위해 베트남과 이라크에 우리 군을 파병해야 했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 때는 고가의 미국산 첨단 전투기(F-35) 구매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정했다. 또 우리한테 군사적으로 득이 될 만한 요격 능력을 갖췄는지는 불확실한 반면 고성능 레이더를 코 앞에 들이밀어 중국을 자극할 게 뻔했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동맹이라는 이유로 용인해야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비용 증액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동맹 간 우의는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되, 우리가 이미 상당한 안보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6일 “현재 한국은 기지용 토지를 미군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분담금 전용(轉用)까지 눈감아주고 있고, 분담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미국산 무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 분담 수준이 높다는 점을 차제에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봐도 국내총생산(GDP)과 대비하면 우리가 일본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일본보다 약간 높은,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도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방위비 외적으로 우리가 부담하는 간접 비용이 상당하다는 논리로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미국의 방어 논리에 대한 대비책도 잘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초점이 동맹 강화에 맞춰져 있는 만큼 세세하게 대립하기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만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동맹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안보 승차 비용 요구는, 동맹국도 성장했으니 이제는 그 힘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라며 “동맹에게 주는 미국의 신뢰감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변화에 따른 능동적 대처가 필요하다 식의 원론적인 언급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세게 반박하는 것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체 기조에 맞지 않다”고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본관에서 주최한 전직 주미대사 초창 간담회를 위해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본관에서 주최한 전직 주미대사 초창 간담회를 위해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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