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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0만원ㆍ식권 강매… 민자기숙사 학생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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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0만원ㆍ식권 강매… 민자기숙사 학생이 봉

입력
2017.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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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값만 한달 평균 40만원

직영 기숙사의 2~3.5배 달해

실제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은

기숙사비의 20% 수준에 그쳐

대학들 적립금 수조 쌓아놓고도

민간자본 이용, 학생편익 외면

서울의 한 사립대 2학년인 A(20)씨는 이달부터 6월 중순까지 3개월 반 동안 기숙사비로 150여만원을 냈다. 2인 1실에서 잠만 자는데 드는 비용으로, 식비까지 합치면 한 달에 최소 70만원이 넘게 든다. A씨가 생활하는 기숙사는 민간자본이 캠퍼스 안에 지은 민자(民資)기숙사다. A씨는 “학교에서 설립해 운영하는 직영 기숙사는 한달 비용이 19만원(3인 1실)으로 민자 기숙사의 절반도 안 된다”며 “신축건물이라는 것 외엔 다른 혜택도 없는데 너무 비싸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B(32)씨가 이용하는 서울의 다른 사립대 민자 기숙사는 지난해 학생들에게 식권을 ‘강매’했다. B씨는 “기숙사 운영 업체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모든 기숙사 이용 학생에게 하루 최소 2끼 이상을 기숙사 식당에서 먹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개강 시즌을 맞아 대학생들의 주거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악명이 높은 것은 민간자본이 대학 부지 내에 지은 민자 기숙사다. 청년 주거 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사립대 민자기숙사의 월 평균 임대료는 39만8,000원으로 직영기숙사(21만8,000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연세대는 직영기숙사(무악학사)의 1인실 한 학기 이용료가 73만원이지만 민자기숙사(SK국제학사) 1인실은 264만원으로 3.5배나 더 비싸다. 건국대 민자기숙사는 올해 1년치(1인실) 기숙사비가 669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직영 기숙사의 경우 경쟁률이 워낙 치열한 데다 학교 내에 있어 강의실과 가깝고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민자기숙사를 이용한다. 전국적으로 민자기숙사를 운영 중인 대학도 5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는 비용 책정 과정도 ‘깜깜이’였다. 민자기숙사는 민간자본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가 20~30년 정도 운영한 후 학교에 운영권을 넘겨주기 때문에, SPC는 운영기간 동안 최대한 수익을 내려고 한다. 이 수익구조를 알기 위해 대학 총학생회 등이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대학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참여연대와 고려대총학생회 등이 고려대를 상대로 낸 정부공개청구 소송에서 재무제표 공개 등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기숙사비 책정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학교가 공개한 재무제표 분석결과 실제 기숙사 관리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숙사비의 20% 가량에 불과했다. 김경율 미래세무회계사무소 회계사는 “학생이 기숙사비로 월 40만원을 내면 건축비 원금 상환과 이자비용 등으로 32만원이 나가고, 정작 기숙사 유지관리에는 8만원 정도만 쓰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민자기숙사 건립으로 대학은 적립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숙사 수용률을 높일 수 있고 민간자본은 20,30년 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기숙사 건축과 유지에 대한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대학생 주거부담 완화라는 기숙사의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비용 부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들은 건물의 감가상각에 대비하고 건물 신축, 개ㆍ보수를 위한 건축적립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전국 사립대의 건축적립금 누적액은 3조7,383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적립금을 기숙사 신축에 사용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다. 적립금이 있는데도 아예 기숙사를 짓지 않거나 민간자본을 이용해 민자기숙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 1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숙사 수용률이 30% 미만인 사립대는 건축적립금의 일부를 기숙사 신ㆍ증축 용도로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남진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현재는 건축비 등 모든 비용을 학생들이 100% 부담하는 구조인데, 대학도 일부는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학칙이나 법 개정을 통해 학교의 부담 비율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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