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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방심한 사이… 죽음 부른 데이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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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방심한 사이… 죽음 부른 데이트 폭력

입력
2017.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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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달라” 요구 거부하자

헤어진 여자친구 30분간 폭행

그 전에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

조치 없이 풀어줘 곧바로 범행

‘데이트 폭력’에 의한 살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경찰이 안이한 대응을 하는 사이 30대 여성이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숨을 거뒀다. 폭행 직전 “남자친구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이 반복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경각심만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모(35)씨는 9일 오후 5시쯤 강남구 논현동의 빌라 주차장에서 남자친구인 강모(33)씨로부터 맞아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뒤인 13일 숨졌다. 사건 당시 이씨는 한달 전 헤어진 강씨가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하자,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거절했다. 강씨는 이씨를 넘어뜨린 뒤 주먹과 발로 머리를 약 30분 동안이나 때렸고, 이씨는 경막하출혈(뇌출혈의 일종)으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특히 폭행이 발생하기 전 이씨가 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건 당일 강씨가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왔다는 이씨의 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은 출동 후 강씨를 파출소까지 데려갔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씨 집에 전입한 동거인이었고, 이씨 집 안에 실제 강씨 물건이 있었다는 게 경찰이 ‘주거침입’으로 보지 않은 근거다.

강씨는 파출소에서 풀려난 뒤 이씨를 곧바로 찾아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강씨는 이전에 이씨를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린 적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씨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사망에 이르게 한 폭력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강씨를 이씨와 분리해 파출소로 데리고 가는(긴급 임시 조치) 등 당시 법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했다”고 해명했다. 현행 규정에는 술 취한 사람이나 정신착란을 일으킨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더구나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법 규정도 없다. 경찰은 이날 강씨를 살인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연인 간 동거가 늘면서 데이트 폭력도 증가하고 있다”며 “연인이나 동거인 사이더라도 법적 부부에 준하는 법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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