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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잠실 재건축 수주전, 조합원에 돈봉투 뿌린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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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잠실 재건축 수주전, 조합원에 돈봉투 뿌린 정황

입력
2017.09.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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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수주용역 맡은 업체

지방 거주하는 조합원까지 찾아

“부재자 한 표 부탁” 돈다발 건네

“투표 약속 선수금으로 100만원

실행하면 추가 100만원” 제의

직원수당 돌려 받아 비자금 조성

용역업체 실제경영 알려진 50대

같은 수법으로 징역형 복역 확인

서울 강남 개포지구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강남래미안포레스트' 재건축 현장.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 강남 개포지구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강남래미안포레스트' 재건축 현장.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4,700억원대 규모의 잠실 지역 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위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향응 등을 제공한 대형 건설사 용역업체가 돈봉투까지 살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국내 대형 건설사인 A사의 시공 수주기획을 맡은 용역업체 B사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타운아파트와 크로바맨션의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수백만원대 돈봉투를 뿌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C씨는 최근 A사 직원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소개한 사람을 만났다. 지방에 거주하는 C씨를 만나 A사 투표를 부탁하기 위해 먼 곳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9월 29~30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에서 A사에 투표해 달라고 부탁하며 “옷이나 사 입으시라”며 돈봉투를 건넸다. 슬쩍 열어본 봉투에는 오만원권이 가득했다. 투표 당일 현 거주지로 돌아오기 어려우면 서울의 호텔숙박권도 주겠다고 했다. 그들이 돈봉투를 꺼낸 가방에는 같은 형태의 돈봉투가 여러 개 보였다. C씨는 바로 돈봉투를 돌려 줬지만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크로바맨션 재건축 조합원 D씨도 B사 직원으로부터 생일 선물이라며 현금 100만원을 제공 받았다.

B사 측은 조합원들에게 A사에 투표하겠다고 약속하면 선수금으로 100만원을, 실제 투표하면 100만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제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합원에게 제공할 막대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B사 측은 직원들에게 허위로 수당을 지급하고 되돌려 받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 직원이 조합원들을 만나 A사 측에 투표할 것을 권유하며 들어간 실제 활동비보다 110만원을 더 직원에게 지급한 뒤 현금으로 인출케 해 100만원을 돌려 받는 식이다. 금품 제공이나 과다 활동비 수령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B사 직원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B사의 실제 경영자 김모(57ㆍ여)씨는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수주를 하려다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서울 은평구 응암 제2구역 주택 재개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청탁하며 현금 50만~3,5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2012년 7월 기소돼 2013년 1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재판부는 속칭 ‘바지 사장’을 앉혀 용역업체를 만든 뒤 실제로 운영한 김씨가 A사로부터 정상적인 용역 비용을 지급받은 것으로 가장하고, 허위 장부 처리로 조성한 자금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매수한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에게 용역을 주고 금품을 제공한 A사 한모(59) 상무와 강모(43) 차장 역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고, A사도 벌금 5,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선물 제공 등을 넘어 돈봉투까지 돌리는 것은 구태”라며 “조합원들이 받은 선물과 돈봉투에 들어간 비용은 결과적으로 아파트 가격으로 이어져 피해는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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