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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부터 콩글리시 사용을 자제하자!

입력
2017.03.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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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외부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일 때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우리 것으로 소화해왔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드는 한국민의 DNA는 영어를 도입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콩글리시(Konglish)의 장점은 분명하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선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영어권 원어민이 못 알아듣는다는 문제가 있기도 하다.

영어에서 syndrome(신드롬)은 병적인 증상을 말하는 것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선 이와 동떨어진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정인에 대한 인기 내지는 현상을 뜻하는 의미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를 두고 ‘김연아 신드롬’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이 말을 듣는 영어권 원어민들은 김연아 선수가 무슨 병이 걸린 것으로 생각한다. 김연아 신드롬이 아닌 김연아 fever(열풍) 또는 김연아 phenomenon(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앞으로 어느 경우에 신드롬을 써야 하는지는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또, 주요 방송국이 심야 토론을 할 때 참석자를 패널(panel)이라고 하는데 각 토론자는 패널이 아닌 패널리스트(panelist)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들조차 panel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골든 타임 (golden time)이라고 말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right moment(적기) 혹은 right opportunity(적절한 기회)라고 표현해야 영어권 원어민들이 이해한다.

최근엔 shy를 많이 쓴다. shy는 ‘수줍어 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shy보수, shy진보로 활용해 쓴다. 그러나 바르게 쓰려면 undeclared보수 또는 진보 지지자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우리나라 정부 부처의 영문 표기 사례를 보게 되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한 나라의 정부를 대표하는 각 부처의 영문 표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원어민들이 무수히 많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를 보자. The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에서 Planning은 당연히 미래의 계획을 구상하는 것이므로 Future는 굳이 필요가 없다. 즉 The Ministry of Science, ICT and Planning이라고 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도 Science의 한 부분이니까 The Ministry of Science 아니면 The Ministry of Science and Technology라고 표현한다면 영어권 원어민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차기 정부는 정부 부처명을 재검토해야 하고, 언론은 불필요한 콩글리시를 사용하지 않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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