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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붕괴 1년 "약기운으로 하루하루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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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붕괴 1년 "약기운으로 하루하루 버텨"

입력
2015.02.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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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두 번씩 정신과 치료도 받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보고 싶어요"

지난 1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체육관 1층에 마련된 추모관에서 故 김진솔(당시 20·여·태국어과)씨의 아버지 김판수(56)씨가 딸의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체육관 1층에 마련된 추모관에서 故 김진솔(당시 20·여·태국어과)씨의 아버지 김판수(56)씨가 딸의 사진을 쓰다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요? 천만에요. 1년 365일 한 시도 딸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1년 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딸 진솔(당시 20세) 씨를 잃은 아버지 김판수(56)씨에게 지난 1년은 고통, 그 자체였다.

지난 13일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에 마련된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추모관에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추모관에서 만난 김씨는 “한 달에 두 번 가량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위장약, 빈혈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의사는 되도록 약을 먹지 말라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어 약을 찾게 된다”며 “마음이 지쳐 그런지 3주째 감기몸살이 낫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딸 생각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보고 싶어져 1주일에 2,3번 딸을 만나러 간다”며 “사무실 책상 위 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그 동안 딸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가겠느냐”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추모관에 들어선 김씨는 한참을 딸의 사진을 쓰다듬고는 “보고 싶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면서 내가 갈 때까지만 외로워하렴. 이후 아빠랑 재미있게 놀자꾸나. 엄마랑 동생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네가 웃으면서 위로해주라”라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딸에게 꽃을 바친 후 김씨는 딸과 함께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다른 학생들의 사진을 차례로 둘러보며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훔쳤다.

마침 이날 부산외대에선 졸업식이 열려 희생자의 많은 선배들이 추모관을 찾았다. 진솔씨 재학 당시 학회장을 맡았던 김원우(26)씨는 “학우들도 진솔이 아버님의 허전함을 덜어드리려 자주 통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진솔이와 함께 했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 부지와 추모비 시안이 최근 확정돼 이달 중 건립공사에 들어가 다음달께 공원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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