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그림책으로 나를 다시 기웃거립니다

입력
2017.05.12 04:40
0 0
그림책 전문 북스테이 블루마운틴을 운영하는 김철하(왼쪽)·이현숙 부부.
그림책 전문 북스테이 블루마운틴을 운영하는 김철하(왼쪽)·이현숙 부부.

산속 책방 블루마운틴은 이름처럼 산 속에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13년 전 양평으로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다가 1년 전 펜션 안에 자연과 더불어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객실을 그림책과 인문학 책방으로 만들고 방마다 책 바구니를 넣어 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북스테이가 되었습니다. 책방을 열고 북스테이를 하면서 새로운 만남이 찾아왔습니다. 그림책 모임과 책모임이 생겼고 가끔 아이들과 책놀이 수업도 합니다. 각 방에 있는 독서 노트에 방문객이 남기고 간 흔적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얼마 전 실천그림책독서교육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에게 김미자 작가의 ‘그림책에 흔들리다’를 추천 받았습니다. 그림책방을 하면서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던 중에 알게 된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당장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이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을 수는 없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은 참 많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고, 그림책 카페 ‘도서관 가는 길’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암투병을 했던 사람으로서 느낀 진솔한 이야기를 그림책과 함께 풀어내고 있습니다. 삶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곁에서 위로가 되어준 것이 그림책이었습니다.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는 그림책은 없지만 상황을 만나게 하는 그림책은 많아요.” 그림책 안에서 저자는 길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고, 삶을 돌아보며 그림책과 하나가 됩니다. 그림책을 펼치니 그 속에 나를 닮은 어른들이 있어서 또 한 번 기웃거려 본다고,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림책에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림책에 흔들리다

김미자 지음

낮은산 발행ㆍ212쪽ㆍ1만3,500원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ㆍ이경혜 옮김

한울림어린이 발행ㆍ40쪽ㆍ1만500원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김정은 등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ㆍ248쪽ㆍ1만4,000원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사연이 담긴 그림책, 샤를로트 문드리트가 쓰고 올리비에 탈레트가 그림을 그린 빨간 표지의 ‘무릎딱지’입니다.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어린 소년은 엄마의 냄새, 엄마의 목소리가 사라질까봐 두려워합니다. 무릎에 난 상처를 통해 엄마의 음성을 들은 소년이 계속 무릎딱지를 떼어내는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보낼 수 없는 어린 소년에게 할머니는 엄마는 결코 소년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소년의 가슴 쏙 들어간 곳, 그 곳에 엄마는 영원히 있을 거란 것을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저자는 엄마의 죽음 이야기를 5살 소년의 눈을 통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겨내는지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상처를 통해 내면의 치유와 외적인 성숙을 보여줍니다. 아프지만 결코 아프지 않은 ‘무릎딱지’입니다.

책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과 배려하는 삶을 이루어 낸, 가족을 위한 독서 성장 에세이가 있습니다. 김정선·유형선 부부가 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입니다. 북스테이를 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이 옵니다. 온 가족이 내려와 책방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우리가 이 산 속에서 책방을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가족도 독서를 통해 가정의 행복을 일구어 나갑니다. 자녀들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자녀들의 사교육으로 고민하는 부모님들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책입니다. 가족이 해체될 위기 상황에서 가족들은 함께 책을 읽고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책은 가족을 대화와 소통의 관계로 변화시켰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대신 함께 도서관으로, 남편은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책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합니다. 그림책에서 시작한 가족의 책 읽기는 이제 고전을 넘나들며 오늘도 계속 됩니다.

“이 책 저 책 보다가 좋은 책을 만나면 가족과 함께 읽고 싶어진다. 함께 읽다 보면 읽는 맛이 더 진해지고 깊어진다. 특히 수백, 수천 년 전해져 온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100년도 살지 못할 인생이지만, 고전을 통해 우리는 수천 년 전으로 여행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다면 그 행복은 몇 배가 된다.”(프롤로그 중에서)

책방을 하면서 많은 책과 만납니다. 그 중 좋은 책을 고르고 선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더구나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산속 책방 블루마운틴 북스테이에서 아름다운 계절,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이 함께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책 바구니에 담아서 보냅니다.

산속 책방 블루마운틴 이현숙ㆍ북스테이 네크워크(bookstaynetwork.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