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자 허태원씨
세 번째 증언형 금연광고 출연
“(이주일씨가 나온 광고를)그냥 보고 지나쳤어요. 나는 흡연 때문에 저런 병에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때 끊었더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허태원(65)씨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금연광고 시사회에서 “일찌감치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출연한 증언형 금연 광고는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부터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다.
국내에서 흡연 피해자의 증언형 금연광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 2001년 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씨가 이듬해 숨지기 직전 광고에 나와 “담배 맛있습니까? 그것은 독약입니다”라며 금연을 호소했다. 지난해에는 구강암으로 혀의 3분의 1을 잃은 50대 남성이 가명으로 출연했다.
이번 광고에서 허씨는 “40년간 담배를 피웠고 그 대가로 COPD라는 폐질환에 걸린 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응급실에 실려간다”며 “나처럼 병에 걸리고 나서야 끊지 말고 오늘 당장 끊어라”고 호소했다. 허씨는 1975년 군 복무 시절 호기심에 담배를 배운 이후 40년 간 하루 한 갑 이상씩을 피웠다. 금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그는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자 시골 병원에서 '천식' 진단을 받고 천식 치료만 받아 오다가, 2014년 서울에서 받은 폐기능 검사에서 COPD 진단이 나왔다. 지금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운동을 할 수 없는 탓에 근육이 빠져 몸무게가 38㎏에 불과하다. 외출할 때는 기관지 확장제, 휴대용 산소 등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 시사회에서 “(허씨는) 폐기능이 정상의 30∼35% 정도로 보인다”며 “코를 막고 카페에서 주는 가는 빨대로 숨을 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금연 목적의 보조제를 남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임산부나 최근 심근경색을 경험한 사람, 심뇌혈관 질환자는 금연껌, 금연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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