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범 기자

등록 : 2016.09.12 04:40
수정 : 2016.09.12 04:40

‘특강 대란’까지… 명절이 더 서글픈 공시생들

고향에도 못 내려가는데... 학원 특강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등록 : 2016.09.12 04:40
수정 : 2016.09.12 04:40

내달 1일 ‘지방공무원 7급 시험’

275명 선발에 3만3500명 지원

“뒤처지면 안 돼” 특강 매달리지만

신청 치열, 개설 하루 만에 마감도

수험생들 웃돈 붙여 수강증 사고

일부 학원 졸속 강의에 두 번 울어

지난해 추석연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공시생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공시)을 준비 중인 신모(28ㆍ여)씨는 내달 1일 실시 예정인 지방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에 대비해 ‘추석 특별강좌’를 수강하려 했다.

하지만 추석 보름 전인 1일 시작된 수강 신청은 단 하루 만에 마감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공시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강증 양도를 원한다는 게시글을 올려도 들려오는 소식은 여태 없다. 신씨는 11일 “고향에 내려가봤자 취업 못한 죄인 취급을 받을 게 뻔해 시험 준비에 매진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며 “쉬지도 못하는데 원하는 수업까지 못 들으니 명절이 더 서럽다”고 말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다가와도 공시생들의 맘은 편치 않다. 지방직 7급 공채 시행 일자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원들이 마련한 각종 특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강의 수강조차 경쟁이 여간 치열한 게 아니어서 수험생들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ㆍ도에서 275명을 뽑는 이번 시험에는 3만3,500여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무려 122 대 1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절 특수를 노린 학원들의 단기 특강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노량진에서 수강생이 가장 많은 A학원은 연휴 닷새(14~18일) 간 추석 특강을 진행한다.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지만 강좌 개설 6일 만에 1,800명이 신청했다. 학원 관계자는 “500명 수용 가능한 강의실도 벌써 마감돼 강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듣는 영상반까지 개설했다”며 “실강(실제 강의)반의 경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학생들이 학원 앞 도로에 길게 줄을 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추석 특강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상경 수강을 불사하는 지방 수험생들도 있다. 전남 지역에서 응시예정인 정모(25)씨는 “시험 정보가 풍부한 서울 유명 학원의 수업을 들으며 마지막 대비를 할 생각”이라며 “연휴기간 묵을 숙소도 근처 찜질방에 이미 마련해 뒀다”고 말했다.

특강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강의를 듣기 위한 편법들도 속출하고 있다. 요즘 공시준비생 온라인 카페에서는 ‘수강증 양도’를 원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인기 강사 강의에는 웃돈이 붙기도 하고 아예 수강증을 사고 파는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지난해 추석 특강을 듣고 7급시험에 합격한 이모(26ㆍ여)씨는 “추석 특강은 수강료가 1만~2만원이거나 무료로 저렴한데다 시험을 앞두고 요점정리 식으로 진행돼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학원들이 졸속으로 강의를 마련해 수업의 질이 낮다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올해 설 특강을 수강한 김모(27)씨는 “솔직히 명절에는 수험생들이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리가 강해 특강 강사들도 대충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학원들이 공시생들의 조급증을 이용해 장삿속을 채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원 강의를 듣는 일마저 좁은 문을 뚫어야 하는 공시생들의 서글픈 현실은 저조한 취업률과 맞물려 공무원 인기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국가직 7급 공무원 필기시험에도 870명 선발에 6만6,712명이 몰려 평균 7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업 안정성을 갖춘 공무원 시험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남들은 명절에도 쉬지 않는데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비정상의 정상’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ㆍ사진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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