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정전협정일에… 북 도발이냐 속도 조절이냐

알림

정전협정일에… 북 도발이냐 속도 조절이냐

입력
2017.07.26 19:08
0 0

北, 진전된 ICBM 기술 보여주고

美 제재에도 버틸 능력 과시

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 크지만

美 군사 행동 부담인 데다

대화의 끈 남겨두기 위해

“정전협정일은 피할 것” 관측도

북한은 지난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남북 군사회담의 시한으로 제시한 정전협정 체결 64주년(27일)을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회담 제안에 침묵해온 북한이 이날을 기해 대화에 대한 화답 대신 되레 추가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북한이 회담 시한 하루 전인 26일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으면서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화의 데드라인은 없고 정부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시작부터 맥이 빠지게 됐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 대한 북한의 무시는 결국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순순히 남측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의 궁극적 상대를 미국으로 보고 있는 북한으로선, 남과 대화를 하더라도 자신의 의도와 시간표 대로 나설 것이라는 점은 기왕에 예견된 대목이다.

문제는 북한의 시간표가 지금은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 여전히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을 가능성이다. 최근 CNN 등 미 외신들이 미 관리들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임박한 정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한 장비들을 배치 완료한 상태이며 우리 군 당국도 이런 동향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기술적 측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추가 발사 유인은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4일 발사한 화성-14형이 ICBM급 사거리(최소5,500km)를 보여줬지만 실전 배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ICBM에 상당히 근접한 미사일 보유는 증명했지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며 “진전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화성-14형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추가 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화성-14형 발사 뒤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자주 보내주자”며 미사일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여전히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점도 북한으로서는 추가 도발 의지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의 압박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에 걸려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심리적 저지선 즉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북미 간 협상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끊어 놓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사 행동까지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북한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의 군사적 시위는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 자체를 꺾는 수준의 도발은 북한으로서도 무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의 시간표 속에서 템포를 조절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제안을 무시는 하되 완전히 거부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전협정 기념일을 기해 도발에 나서면 국제 무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입지가 극히 좁아질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서도 북미 대화의 중재자를 걷어차는 꼴이 된다. 북한이 향후 정세 변화에 대비해 남측과 대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일단 정전협정 기념일을 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북한이 유엔 총회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참석하는 국제회의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내달 초 필리핀에서 열릴 예정이란 점도 북한이 도발 시점을 조절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