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저축은행,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뺨치겠네

알림

저축은행,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뺨치겠네

입력
2015.10.13 19:16
0 0

30곳 중 7곳 年 30% 넘어

삼호, 31.42%로 가장 높고

지주계 KB, 15.22%로 최저

연 29% 대에 대출 많이 몰려

SBI는 대출 48%가 30% 이상 적용

신용등급 같아도 금리 차 '들쭉날쭉'

저축은행 평균금리를 공개해보니 업체별로 금리가 최고 15%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보면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도 ‘금리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자체를 대단히 꺼리면서 나타나는 착시 효과가 대부분이다. 실제 주요 저축은행들의 경우 법정금리 상한(연 34.9%)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대출 영업을 하는 등 ‘저축은행의 대부업화’ 경향이 뚜렷했다. 저축은행이 은행권의 저금리와 대부업체 고금리 사이의 ‘금리 절벽’을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선 적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의 금리 비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공시 대상인 30개 저축은행 가운데 9월 기준 가계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30%가 넘는 곳은 ▦삼호(31.42%) ▦스타(31.16%) ▦예가람(31%) ▦OSB(30.81%) ▦고려(30.5%) ▦모아(30.33%) ▦키움(30.33%) 등 7곳에 달한다. 어지간한 대부업체 금리를 뺨 치는 수준이다.

몇몇 금융지주계 저축은행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보였다. KB의 평균금리가 15.22%로 가장 낮고, 신한(15.86%)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주계 저축은행들의 10%대 금리는 기업대출을 주로 하고 신용대출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하다 보니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부터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를 통해 저축은행 금리 공시 기준을 강화했다. 저축은행 고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저축은행 간 경쟁을 통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차원에서다. 지금까지는 저축은행 상품별 금리 현황만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매월 저축은행별 평균금리 현황이 공개된다. 저축은행의 금리대별 취급비중도 세분화해 해당 저축은행이 어느 금리대로 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대출금리 공시 구간이 세분화해 공개되면서 그간 눈속임으로 금리를 공시해 온 실태도 낱낱이 드러났다. 지금까지는 연 25~30% 미만으로 포괄적으로 표시됐던 구간에서 저축은행들이 주로 연 29%대에 집중해 대출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비교공시 시스템 개편을 통해 기존 5%포인트 단위에서 1~2%포인트 단위로 세분화해서 금리대별 취급비중을 공개하도록 했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공시 방식대로라면 연 25%이상~30% 미만으로 표시됐던 구간에 전체 고객의 82.17%이 몰려있다는 정도만 확인됐지만, 개편 후 1% 단위로 세분화해서 보니 73.25%가 모두 29%대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

상위권 저축은행의 경우 노골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펴왔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절반에 가까운 48.1%의 대출이 30% 이상~35% 미만 구간에 쏠려 있었다. 2명 중 1명은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30%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중 두 번째로 덩치가 큰 HK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0% 이상~35% 미만의 고금리로 41.5%의 고객이 대출을 받았고, 29%대 금리로 대출 받은 고객도 14.3%에 달했다.

업계는 대손율이 12~13%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낮은 금리를 요구하면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아우성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저축은행들도 고금리 등 대부업 영업 모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고비용 영업 구조, 높은 연체율에 금리를 높이다 보니 고금리로 대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금리 차등화를 위해선 저축은행에 맞는 신용평가시스템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번 비교공시 내역을 보면, 같은 6등급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금리는 최저 14.37%(세람)와 최고 33.5%(삼호)로 편차가 두 배를 넘었다.

유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5~7등급 사이의 신용등급 고객들에게 10~20%사이의 중금리 대출을 하기 위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것과 같이 ‘상거래’ ‘통신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모형을 새롭게 발굴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