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특파원24시] ‘시황제’ 1인지배 체제 속 다시 늘어나는 중국 붉은 완장

입력
2018.03.25 14:44
17면
0 0

주차요원ㆍ안내원도 착용

“황제가 좋아해” 비꼬기도

완장을 찬 일반시민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는 모습. 웨이보 캡처
완장을 찬 일반시민들이 주정차 단속을 하는 모습. 웨이보 캡처

‘완장’은 권력ㆍ감시ㆍ통제라는 단어들과 연결되며 권위주의ㆍ전체주의의 상징으로 읽힌다. 중국은 공산당 건국을 전후한 때부터 사회 전반에 완장문화가 뚜렷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들의 완장은 광기를 상징했을 만큼 큰 상처를 남겼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ㆍ개방에 나서고 장쩌민(江澤民)ㆍ후진타오(胡錦濤) 시절 경제 발전과 시민의식 상승에 따라 완장문화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대형건물 주차요원, 시내버스나 지하철 안내원 등의 팔에 붉은 완장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최근 자신이 직접 본 완장 찬 사람들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전부터 계속 완장을 차고 있었다”는 반박 댓글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우리 아파트 보안요원들도 완장을 차기 시작했다”거나 “얼마 전 대형백화점에 갔는데 여성 경비원도 붉은 완장을 찼더라” 등 호응하는 댓글이 절대 다수다. 더러는 “작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하는 식의 반응도 있다.

사실 완장을 찬 이들은 대부분 기업이나 건물주가 고용한 사설 보안업체 요원들이어서 흔히 오해할 수 있는 공안(경찰)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는 해당 기업 직원들이기도 하다. 완장에 쓰인 문구도 치안순찰, 위생관리, 교통질서 확립 등 평범한 수준이다.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완장을 차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붉은 완장을 찬 나이 지긋한 부녀회 간부들을 봤다거나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산불감시 활동을 하는 민간 산악인 등이 완장을 차고 있더라는 글도 있다.

실제 완장을 찬 이들이 아주 특별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넓게 보면 공공질서 유지 차원에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다. 버스에 탑승한 남성 보안요원의 임무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예방하는 일이라지만 그가 하는 일은 노약자나 임산부를 부축하는 일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완장을 차긴 했지만 그렇다고 출입 통제를 더 강화한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일반인 중에 붉은 완장을 크게 의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완장을 찬 아파트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웨이보 캡처
완장을 찬 아파트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웨이보 캡처

하지만 젊은 네티즌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온도차를 보인다. 한 네티즌은 “역대 황제들은 모두 완장을 좋아했다더라”고 비꼬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시(習)황제’로 불릴 만큼 1인 지배체제를 굳히며 종신 절대권력을 거머쥔 정치상황과 최근의 완장문화 확산이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은 별 의미없이 완장을 차겠지만 멀지 않아 그 완장이 힘이 되고 권력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계적으로 중국의 완장문화가 어느 정도 다시 확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 주석을 우상화하는 기류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하는 분위기는 분명하다. 중국 정치권력이 시(習)황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자 그 여파가 민간으로도 퍼지면서 장롱 속에 넣어둔 완장을 꺼내게 만드는 셈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