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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ㆍ할머니 요리사 또 통했다... 순풍 탄 시니어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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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ㆍ할머니 요리사 또 통했다... 순풍 탄 시니어 예능

입력
2018.07.11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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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꼰대 이미지가 아닌

소통과 도전의 주체로 활용

'꽃할배' '미우새’ ‘수미네 반찬’ 등

젊은층 호응 얻으며 인기몰이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시니어 배우들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더 사랑받고 있다. CJ ENM 제공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시니어 배우들이 등장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더 사랑받고 있다. CJ ENM 제공

“내가 30분 먼저 출발할게. 그래야 발걸음이 맞지.” 지난 6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꽃할배’) 2회에서 배우 백일섭(74)의 느닷없는 한마디가 시청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백일섭은 5년 전 ‘꽃할배’ 첫 시즌이 시작했을 때부터 늘 뒤처지기만 했다.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아 9살이나 많은 ‘맏형’ 이순재(83)보다 기력이 쇠했고, “다리가 아프니 천천히 가라”며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그가 “6명이 합심해서 다니는데 호흡이 맞아야 한다” “나 자신한테도 지면 안 된다”고 제작진을 오히려 설득했다. 그는 정말 30분 먼저 호텔을 빠져 나와 천천히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20~30대 스태프가 많은 제작진과의 보조도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꽃할배’ 홈페이지에는 “일섭 할배의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눈물이 난다” “나이 들면 누구나 힘들 텐데, 나도 그때 저 방법을 써야지” 등 젊은층의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꽃할배’는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인 ‘시니어 예능’이지만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번 시즌 1회 시청률은 9.2%(닐슨코리아ㆍ유료플랫폼 기준), 2회 시청률 8.5%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tvN ‘수미네 반찬’은 유명 셰프들이 배우 김수미에게 손맛을 배우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 인기를 끌고 있다. CJ ENM 제공
tvN ‘수미네 반찬’은 유명 셰프들이 배우 김수미에게 손맛을 배우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 인기를 끌고 있다. CJ ENM 제공

배우 김수미(69)가 ‘할머니 요리사’로 변신한 tvN 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도 지난 6월 1회 방송부터 5회까지 평균 시청률이 3.4%였다. 김숙 정형돈 등 인기 연예인이 대거 출연해 같은 달 전파를 타기 시작한 tvN 예능프로그램 ‘풀 뜯어 먹는 소리’(1%대)에 비해 시청률이 2배 가까이 된다. 장수프로그램 tvN ‘둥지탈출3’가 최근 12회 방송까지 시청률 3%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김수미는 “자박자박” “요만치” 등 알아듣기 힘든 조리 설명으로 셰프들을 곤혹(?)스럽게 하지만 외국인 셰프 미카엘에게 다가가 살뜰히 부연설명을 하는 모습에선 정감이 넘친다. 30~60대가 요리를 매개로 소통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꽃할배’와 ‘수미네 반찬’의 시청률은 시니어 예능이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 준다.

SBS도 어머니, 장인 장모를 내세운 시니어 예능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는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전체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백년손님’은 10% 내외의 시청률을 꾸준히 챙기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노인을 노인처럼 대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시선이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노인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주체로 설정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어머니들은 ‘모(母)벤져스’라 불리며 연예인 아들들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 제공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어머니들은 ‘모(母)벤져스’라 불리며 연예인 아들들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 제공
중장년 여자배우들이 남해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방송을 본 시청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웬만한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중장년 여자배우들이 남해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방송을 본 시청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웬만한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KBS 교양국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가 21일 32회를 끝으로 종방을 앞두고 있어서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박원숙(69) 김영란(62) 박준금(56) 등 노장 배우들이 남해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찰예능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텃밭을 일구고, 낚시를 하며, 요리나 미술을 배우는 등 노년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몸소 체험해 왔다. 교양국에서 만든 이 프로그램은 예상 밖 ‘시청률 장타’를 날렸다. 5~6%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은 물론이고, 일요일 재방송 평균시청률도 6%대인 진기록도 세웠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1년여 동안 없던 인터넷 홈페이지도 최근 개설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감동적으로 잘 봤다” “너무 재미있어서 역주행했다” 등 젊은 시청자들의 글이 대부분이다. KBS의 관계자는 “KBS가 노후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시니어 예능 같은 콘텐츠를 내놓는 게 딜레마”라고 했다. 그러나 ‘같이 삽시다’의 경우 K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4%대)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5~6%대) 등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1박2일’의 유호진 PD가 최근 선보인 예능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3%대)보다 성적이 더 좋다.

시니어 예능이 인기를 모으고 있으나 섣불리 기획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광고주들이 주 소비층인 2049세대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더 선호해서다. ‘미우새’는 시니어 예능임에도 젊은층 시청자들이 적지 않아 광고주들이 몰리고 있다. 남승용 SBS 예능본부장은 “‘미우새’는 50~60대를 아우르면서도 젊은층도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지상파로서는 최적의 콘텐츠 기획”이라고 말했다. ‘수미네 반찬’도 2049세대 평균시청률이 1.7%로 전체 시청률의 절반을 차지하며 젊은층에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꽃할배’와 ‘미우새’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젊은 세대와 공감대를 가지고 통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며 “노인들을 ‘꼰대’가 아닌 소통하는 주체로 활용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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