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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민중총궐기] 랩하고 떼창하고… 하야 정국 한복판서 열린 시민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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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민중총궐기] 랩하고 떼창하고… 하야 정국 한복판서 열린 시민 대축제

입력
2016.11.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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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11-12(한국일보)
[78]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11-12(한국일보)

“우리 청와대를 향해 다 들리도록 외칩시다. 당장 방 빼!”

방송인 김미화가 소리쳤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수십만의 입이 일제히 ‘방 빼’를 따라 외쳤다. 12일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3차 촛불집회에는 유명인들도 함께 해 분노한 민심을 다독였다. 서울광장에서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리던 시각, 인근 광화문광장에선 정겨운 축제가 한창이었다. 김제동, 전인권, 크라잉넛 등 연예인들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콘서트를 열고 재치와 풍자로 집회 참가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엄숙한 표정으로 “하야하라”를 외치던 시민들도 오후 6시쯤 “방송인 김제동씨 사회로 콘서트가 진행됩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를 듣고 방석을 챙겨 광화문광장으로 하나 둘씩 발걸음을 옮겼다.

단상에 오른 김제동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가 “헌법상 대통령의 형사소추 조건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인데 오늘처럼 국민들이 다 나와서 하야하라고 외치게 하는 게 ‘내우’고 독일에 있는 두 명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휘저어 놓는 게 ‘외환’”이라고 정의하자 함성이 쏟아졌다. 김미화씨 역시 “거만한 자세로 조사를 받던 우병우의 사진이 찍히자 검찰은 바로 창문에 창호지를 붙여 가렸다고 한다”며 “지금 당장 검찰청은 투명 유리로 리모델링하라”고 말해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곧 이어 진행된 뮤지션들의 공연은 젊음이 분출하는 ‘홍대’의 어느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광화문광장은 진짜 콘서트장이 된 것처럼 일명 ‘떼창(집단 합창)’ 소리로 가득했다. 록밴드 크라잉넛은 대표곡 ‘말달리자’를 승마를 하는 정유라씨에 빗대 목놓아 불렀다. 리더 박윤식씨는 “원래 ‘말 달리자’는 우리 대표곡인데 이러려고 크라잉넛했나 자괴감이 든다”며 “말은 독일이 아니라 청와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힙합 밴드 스카웨이커스는 자신들의 곡 ‘우리가 왔다’를 개사해 시민들과 호흡했다. 밴드가 “오로지 널 만나기 위해 우리가 왔다”고 한 소절을 던지자 시민들은 바로 ‘우리가 왔다 하야하라’ 라고 받아 넘겼다. 래퍼 조PD 역시 자시의 노래인 ‘친구여’ 가사를 고쳐 “순실의 시대가 상실의 시대”라고 불렀다.

흥겨운 춤사위도 펼쳐졌다. 청년단체 ‘청춘의 지성’ 회원 4명은 공연단 옆에서 중간중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에 몸을 맡겼다. 엄재영(24ㆍ여)씨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저절로 흥이 나고 어깨춤이 나온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처음부터 공연을 지켜 본 김민석(24)씨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김제동씨는 역시 명 연설가”라며 “시위 하면 연상되는 딱딱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어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여한 장동근(43)씨 역시 “같이 노래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떠올렸다”며 “집회ㆍ시위가 국민의 뜻을 전하는 소중한 민주주의 수단임을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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