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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봄은 노오란 물결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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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봄은 노오란 물결 타고 온다

입력
2017.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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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봄 꽃이 푸지다. 한두 송이 망울을 내미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노란 물감을 풀어 놓는다. 전국 산수유의 60%(일부 자료는 70%)가 구례 산동면에서 생산될 정도로 샛노란 물결에 온 세상이 노래질 지경이다. 이번 주말까지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구례의 봄 소식을 전한다.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구례 산동면 반곡마을 모습(16일). 산동면은 거의 모든 마을이 노란 물결이다. 구례=최흥수기자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구례 산동면 반곡마을 모습(16일). 산동면은 거의 모든 마을이 노란 물결이다. 구례=최흥수기자

남원 주천에서 밤재터널을 지나면 바로 산동면이다. 가로수로 심은 키 작은 산수유가 듬성듬성 꽃망울을 터트리며 산수유 고장에 들어섰음을 알린다. 내리막이 끝날 즈음 왼편 지리산 온천지구로 방향을 틀면 노고단(1,507m)과 만복대(1,433m) 사이에 깊고 넓은 고을 전체가 산수유 꽃 천지다.

통틀어서 편의상 ‘구례산수유마을’로 부르지만 만복대에서 흘러내리는 서시천을 중심으로 상관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상위마을 등 골짜기마다 자연부락이 형성돼 있다. 19번 국도 산동교차로에서 가장 먼 상위마을까지는 6km가 넘는다. 축제를 시작한지 올해로 18회, 오래된 산수유 고장이니만큼 마을마다 전망시설과 산책로를 잘 갖춘 편이다.

상관마을 언덕은 ‘산수유 사랑공원’으로 꾸몄다. 정상의 대형 꽃 조형물을 중심으로 정자와 분재공원, 포토존을 배치했다. 높지 않지만 360도 전망으로 산수유와 어우러진 마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 위쪽 반곡마을은 산수유 군락지의 중심이라 할 만하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서시천을 따라 ‘꽃담길’이라 이름 붙인 데크 산책로가 연결돼 있다. 일부는 하천으로 일부는 작은 밭뙈기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 풍경 하나하나가 그림이다. 망원렌즈에 삼각대까지 갖춘 전국의 ‘사진작가님’이 몰리는 곳도 이 지점이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인 17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인 17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상위마을 모습(17일).
상위마을 모습(17일).
한 의류업체 모델도 산수유마을에서 화보 촬영 중.
한 의류업체 모델도 산수유마을에서 화보 촬영 중.
서시천이 흐르는 반곡마을.
서시천이 흐르는 반곡마을.
개천과 함께 산수유를 찍을 수 있는 지점은 ‘작가님’들이 몰리는 곳.
개천과 함께 산수유를 찍을 수 있는 지점은 ‘작가님’들이 몰리는 곳.
연분홍 빛 투명한 산수유막걸리. 흔들지 않고 윗부분만 부어서 찍었다.
연분홍 빛 투명한 산수유막걸리. 흔들지 않고 윗부분만 부어서 찍었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상위마을엔 일부러 꾸민 산책로가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돌담이 고즈넉하다. 밭둑을 쌓거나 집안 경계로 두른 돌담이 자연스럽게 오솔길을 이루고, 사이사이에 200~300년 된 산수유가 세월의 허물처럼 녹아 들었다. 도로 옆 전망대에서는 푸른 대숲과 노란 산수유에 파묻힌 마을 풍경이 꿈결처럼 내려다보인다.

축제기간 중에는 서시천 양편으로 난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운영하지만 몰려드는 차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길 막힌다고 불평하거나 주차공간 찾느라 헤매기보다 온천지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시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현명하다. 먹거리도 온천지구에 몰려있다. 20여가지 나물 반찬으로 정갈하게 차리는 산채정식 식당이 많다. 붉은 열매로 빚은 연분홍 빛 산수유 막걸리에 노란 꽃송이 하나 띄워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축제장 벗어나면 더 아늑한 산수유마을

축제장은 때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떠들썩하다. 소음에 가까운 음악소리, 꽃보다 현란한 플래카드,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싫다면 조용하게 산수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곳뿐만 아니라 산동면의 대부분 마을에 산수유가 심겨져 있다.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 산수유로는 드물게 거목에서 뿜는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 산수유로는 드물게 거목에서 뿜는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단 2그루만 있어도 풍성하다.
단 2그루만 있어도 풍성하다.
돌담과 산수유가 조화를 이룬 달전마을 골목.
돌담과 산수유가 조화를 이룬 달전마을 골목.

그 중에서도 계척마을은 구례에서 산수유를 처음 심은 시목(始木)지로 알려진 곳이다. 축제장에서 남원방향으로 약 5km 떨어져 있다. 마을 중앙에 보통 나무보다 풍채가 월등한 산수유 한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안내 표석에는 “1,000여 년 전 중국에서 가져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심은 산수유 나무의 시조”라고 적혀 있다. 산둥성에서 구례로 시집 온 색시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가져왔다는 해설도 덧붙여진다. 전설에는 으레 허구와 과장이 보태지기 마련이다. 수령이 1,000년이라는 표현도 정색하고 따지기 보다 ‘오래 전’이라는 수사 정도로 넘길 일이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산수유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0년에 광릉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어 우리나라 자생종임이 밝혀진 약용수’라고 밝히고 있다. 산동면이라는 지명이 이 산수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국 산둥(山東)성과 구례 산동(山洞)면은 한국어 발음만 같을 뿐, 한자는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계척마을 조상 산수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산수유는 큰 나무가 7m 정도인데 이 마을 산수유는 대충 봐도 10m는 넘어 보인다. 밑동도 당산나무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처럼 우람해 풍기는 기운과 기품이 예사롭지 않다. 시목 주변은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 행적을 따라가는 ‘백의종군길’ 시작지점임을 알리는 공원으로 조성했다. 계척마을에서부터 바로 아래 현천마을까지 곳곳에 산수유가 곱게 피어 아늑함만 따진다면 축제가 열리는 장소보다 한 수 위다.

산동면소재지에서 수락폭포로 이어지는 골짜기도 온통 노란 물결이다. 수락폭포 아래 달전마을에는 ‘할아버지 나무’로 부르는 산수유가 있다. ‘할머니 나무’로 부르는 계척마을 시목과 짝인 셈이다. 크기는 할머니 나무에 턱없이 못 미쳐 왠지 안쓰러울 정도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하나 없지만 소박한 돌담이 이어진 마을 분위기만은 계척마을 못지 않다.

구례=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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