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진영논리’ 아닌 ‘정책대결’에서 완패한 신문선

입력
2017.01.17 04:40
0 0

“오늘 패배는 승복하지만 내용상 저는 지지 않았습니다. 단독 후보로 출마했지만 등록도 하지 않은 후보와 싸우는 희한한 게임이었습니다.”

신문선(59) 명지대 교수가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든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다. 대의원 23명 중 과반인 12명 이상 찬성을 얻어야 당선이지만 결과는 찬성 5표, 반대 17표, 무효 1표이었다.

여기서 ‘출전하지 않은 선수’란 권오갑(66) 현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말한다. 10대 수장이었던 권 총재는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신 후보가 단독 출마하자 마음을 바꿔 물밑에서 낙선 운동을 했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이런 논리를 편 배경에는 한국 축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대 계열이 자리잡고 있다.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 권오갑 총재는 현대중공업 부회장이다. 대의원 23표 중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현대중공업), 전북 현대(현대자동차), 부산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도 ‘현대 패밀리’다. 최근 축구계에는 ‘축구회관 5층과 6층이 이렇게 긴밀히 협조하는 건 처음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축구회관 5층에는 프로연맹 사무실, 6층에는 축구협회 임원 집무실이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이 신 교수 낙마를 위해 한 마음이 됐다는 의미다. 현대가(家)가 한국 축구 발전에 세운 공도 크지만 견제 세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저런 폐해도 적지 않다. 견제 받지 못하는 권력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앞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앞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범 현대가의 세력 몰이에 자신이 5표 밖에 얻지 못했다는 신 교수의 논리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는 이날 정견발표에 앞서 대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했는데 현대 계열에 속한 대의원들에게 작정한 듯 날 섞인 한 두 마디를 던졌다. 총재 후보치고 가벼워 보이는 처사였다. 이어 정견발표에서 “나는 한평생 축구 인으로 살아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방송 해설위원으로 기억된다. “골이에요” 같은 유행어도 남겼다. 한국과 스위스의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때는 한국 실점에 빌미를 제공한 주심의 판정에 대해 “정확하다”고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팬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장외’에서의 쓴 소리와 프로연맹을 이끌 수장으로 비전을 갖췄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는 2004년 한국축구연구소에 몸담은 자신을 축구계의 ‘야당’이라 자처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가”라는 야박한 평가가 뒤따른다. 2014년부터 1년 간 K리그 성남FC 대표이사를 맡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 하지만 기대 이하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구단주들이 돌아가며 폭탄주 돌리기 하듯 총재를 맡아 수십억의 스폰서를 책임지는 행태가 오히려 프로축구 구매 광고주의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당장 수십 억 원의 재원을 마련할 복안이 있느냐는 우려에는 “확보하지 못하면 축구협회에 지원책을 주장 하겠다”고 밝혔다. 한 축구인은 “메인스폰서 수십 억 원에 목매는 행태를 끝내자는 신 교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축구협회에 손 벌리겠다는 대안에 한숨이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신 교수는 범현대가vs비현대가의 ‘진영논리’에 밀려 고배를 든 게 아니다. ‘정책대결’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낙선이 그에게 더 뼈아파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