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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압승… 내홍 해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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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압승… 내홍 해결 숙제

입력
2017.10.12 17: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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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차기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설정(오른쪽) 스님이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12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차기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설정(오른쪽) 스님이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34대 82.

예상대로 설정(75) 스님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투표장 밖엔 일반 신도들의 반대 시위가 극심했다. 화합을 이끌어낼 묘책이 주목된다.

설정 스님이 12일 치러진 대한불교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선거인단 319명의 과반인 160명을 훌쩍 뛰어넘은 234표를 얻어 임기 4년의 차기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18일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 인준을 받아 3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선거 초반부터 현 자승 총무원장의 지지를 받는 설정 스님의 당선 유력설이 나돌았다. 선거에 함께 나섰던 원학(기호 3번)ㆍ혜총(기호 4번) 스님이 중도 사퇴하면서 ‘반 자승’ 표가 수불 스님에게 결집될 지 관심을 모았지만 수불 스님은 82표를 얻는데 그쳤다.

194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설정 스님은 1955년 수덕사에서 경허ㆍ만공 스님을 이은 원담 스님에게 사미계를 받은 뒤 해인사ㆍ범어사 등 선방을 거치면서 주로 수도승으로 지내왔다. 설정 스님을 두고 ‘선맥(仙脈)을 잇는다’는 표현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1994년 종단개혁 당시 종단개혁회의 법제위원장을, 이후 1998년까지는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2009년에는 덕숭총림 수덕사 제4대 방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총무원장 출마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설정 스님은 그간 행정보다는 수행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설정 스님은 이날 개표 뒤 당선증을 받고서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께 당선 사실을 알리는 고불 의식을 진행했다. 그는 전쟁의 위협, 정치권의 분열, 종단 내 갈등 등을 언급하면서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뜻을 거울 삼아 신심과 원력을 다해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불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불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정 스님의 ‘마부정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치열한 선거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서다. 그를 둘러싼 큰 논란거리만도 3가지다. 하나는 학력 위조다. 그간 서울대 농과대 수료라 밝혔으나 실은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 농학과 출신이었다. 또 하나는 속가의 형인 전흥수 대목장의 한국고건축박물관 등을 둘러싼 재산 의혹이다. 조계종은 가족을 위한 개인 명의 재산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마지막은 숨겨둔 딸이 있다는 은처자 의혹이다.

설정 스님은 학력 위조에 대해선 사과했고, 재산 의혹은 나름대로 해명을 내놨고, 은처자 의혹에 대해서는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해둔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설정 스님은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의혹이 소명되지 않고는 종단의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변과 잘 상의해서 깔끔하게 소명하고, 의혹이 나지 않도록 잘 정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의혹은 의혹대로 해명하되, 의혹제기로 벌어진 고소ㆍ고발전과 그로 인한 갈등과 내홍을 잘 보듬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 큰 숙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적폐청산’ 요구다. 정권 교체 뒤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교단 외부 시민단체나 일반 신도들을 중심으로 명진 스님 제적을 포함해 ‘8년간의 자승 체제’ 아래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달라는 요구들이 줄이었다. 자승 스님이 미는 설정 스님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는 적폐청산 요구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크다. 적폐청산 요구에 대해 설정 스님은 “스님들 스스로 진실되고 여법하며 청정하다면 사부대중은 저절로 따라나올 거이라 믿는다”며 “종단의 산적한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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