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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나요” 모두가 당황할 때 천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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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나요” 모두가 당황할 때 천사가 나타났다

입력
2018.06.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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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스크립너 페이스북 캡처
르네 스크립너 페이스북 캡처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선 건 처음 봅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알래스카에어라인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 르네 스크립너(56)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한 소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듣는 사진과 함께였다. 스크립너의 글은 24일 좋아요 121만 개를 받고, 64만 회 이상 공유되며 해외 SNS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속 소녀는 클라라 데일리(15), 남성은 팀 쿡(64)이다. 르네에 따르면, 사연은 이랬다. 후천성 시각ㆍ청각 장애를 동시에 가진 팀은 이날 보스턴에서 여동생을 만나고 포틀랜드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보호자 없이 혼자 비행기에 탄 팀은 물 마시기부터 화장실 가기까지 행동 하나 하나에 불편을 겪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팀을 위해 자리를 바꿔주거나, 에스코트에 나서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장애인과의 의사소통에 필수인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것이다.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을 통해 미국 수화(ASL) 능력자를 수소문했다. 이때 1년 전부터 난독증 치료를 위해 수화를 배운 클라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 클라라가 손으로 수화 동작을 취하면, 앞을 볼 수 없는 팀이 손으로 만져 뜻을 읽는 식으로 ‘무언의 대화’가 시작됐다. 팀은 기내에 혼자 있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클라라는 팀에게 물었다 “지금 기분 어때요? 괜찮아요?” 대화를 하며 팀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클라라는 23일 미국 방송사 KGW8에 “쿡이 (당시) 원한 건 그저 대화였다”고 말했다.

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중이었던 클라라는 원래 이 비행기를 탈 예정이 아니었다. 보스턴에서 LA로 가는 직항편을 이용하려 했는데, 비행이 취소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오리건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클라라와 팀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적’이었던 셈이다. 클라라와 팀은 비행 6시간 동안 3시간가량을 수화로 대화했다. 팀은 KGW8에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아마 이 만남은 (신께서) 의도하신 것일지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스크립너는 자신의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높은 관심을 끄는 이유에 대해 24일 뉴욕타임스에 “사람들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소식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클라라도 “나쁜 일 다음에 나쁜 일이 벌어진다. 사회에 어두운 뉴스가 너무 많다”고 말한 뒤 “보지도, 듣지도 못 하는 삶은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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