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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장녹수를 예인으로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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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장녹수를 예인으로 그리고 싶었다"

입력
2017.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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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는 “장녹수가 예뻐야 하는 캐릭터라 나를 촬영하는 스태프들이 사력을 다해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배우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배우 이하늬는 “장녹수가 예뻐야 하는 캐릭터라 나를 촬영하는 스태프들이 사력을 다해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배우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치명적으로 매력으로 연산군의 총애를 얻고 국정에 관여한 희대의 요부. 영화와 드라마가 그려왔던 악녀 장녹수의 전형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종방한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은 예인으로의 장녹수의 삶도 강조한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하늬는 “예인 장녹수로 해석하고 싶다는 생각에 김진만 PD, 황진영 작가와 상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한국 문화에 조예가 있는 데도 역할 소화를 위해 판소리와 전통무용 수업을 다시 받았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장녹수의 공연이 등장하는 주요 장면들을 뽑아 어떤 춤과 노래를 준비할 것인지 제작진과 사전 준비도 철저히 했다. ‘조선시대 예인’은 이하늬가 그동안 아껴온 역할이라 유달리 애착이 갔다. 그는 “(국악 전공자라) 줄곧 사극 속 예인의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일부러 아껴왔던 카드이기도 하다”며 “김 PD와 대화를 하고 나니 이번 작품에 사활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장녹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극으로나마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기생 공화가 장녹수로 변해가는 과정에도 중점을 뒀다. 장녹수가 왜 요부가 됐는지, 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감정선을 다듬었다. 특히 장녹수와 연산군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역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하늬는 “첫 미팅 때 김 PD가 ‘조선왕조실록’을 추천해 다 읽어봤다”며 “김 PD가 정확한 사료를 기반으로 연기하기를 바랐고 배우들 모두 이를 숙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료에 충실해서 오히려 생생한 캐릭터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하늬는 "MBC '역적'을 찍으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며 "장녹수를 연기하는 건 행복한데, 가채의 무게 때문에 잠에 진통제를 안 먹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요통에 시달려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배우 이하늬는 "MBC '역적'을 찍으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며 "장녹수를 연기하는 건 행복한데, 가채의 무게 때문에 잠에 진통제를 안 먹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요통에 시달려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이하늬는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KBS2 드라마 ‘파트너’(2009)와 MBC 드라마 ‘파스타’(2010) SBS 드라마 ‘모던파머’(2014)에 출연했고, 영화 ‘연가시’(2012)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로 충무로에서도 활약했다. 2014년 ‘타짜: 신의 손’에서는 타짜 허미나 역으로 관능적이고 세련된 여성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기생 역할의 섭외가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차례 제안이 들어왔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국악계 스승들이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기생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제자로 그 마음을 알고도 기생 역을 연기하기가 죄송스러웠다. 이하늬는 “그 때는 그게 정직한 것이라 믿었는데 이제 실질적이고 더 큰 목표를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2007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4위에 입상하고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미용토크프로그램 ‘겟잇뷰티’를 진행하게 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 “아름다운 콘텐츠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를 지켜보는 대중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투적이라 해도 이하늬는 “한국적인 미가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국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국의 미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수준 높은 문화인지 잘 알아요. 내 자존감이 높아지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고 단단해지잖아요. 자국 문화에 대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뿌리가 깊어지고 튼튼해진다고 믿어요.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국악을 배웠던 사람으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하늬는 올해 가을 영화 ‘부라더’와 ‘침묵’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스케줄이 겹쳐 올 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잠시 숨을 고르는 기간 동안 그는 민화를 배워볼 생각이다. 2년 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는데 바빠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하늬는 “이제 백수니까 일단 쉬면서 취미생활을 즐기겠다”며 “아티스트로서 내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놓고 싶다.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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