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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기 호전의 불씨를 잘 살려야

입력
2017.12.19 16: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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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캄보디아 시엠립을 방문했다. 그곳 앙코르 와트(Angkor Wat)는 볼 때마다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메콩강 범람원 늪지대 위에 떠있다. 주위에 인공 해자를 파서 건기나 우기에도 수면에 떠있는 배처럼 사원을 만들었다. 물의 유연함과 바위의 견고함이 균형 있게 조화되어 천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냈다. 앙코르 와트의 덕목이 지금 우리 경제에 절실해 보인다.

올해는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수출과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론’이 퇴조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수출의 낙수효과가 예전 같지 않고, 성장의 혜택이 고루 확산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를 대신해 포용성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저소득 및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정책프레임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공정경쟁 및 혁신을 강조한다.

경제 메가트렌드의 변화도 유난히 두드러졌다. 저출산ㆍ고령화나 가계부채 문제는 해묵은 과제임에도 가공할 위험으로 부각되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도 강하게 밀려들었다. 이를 어떻게 타고 넘느냐는 논란도 뜨거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리즘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커졌다.

올해 경기는 ‘차분한 실물, 뜨거운 금융’으로 표현된다. 상반기 경기회복세는 부동산과 건설경기 등 내수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정학적 이슈로 불거진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나 북핵 리스크는 일부 업종의 침체와 금융지표 변동성을 키웠다.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한 정부의 잇단 대응조치 이후 수출이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전체 경기를 끌어올렸다. 경기회복세가 강화되면서 정책금리도 일본이나 유럽보다 앞서 상승세로 전환됐다.

내년 세계 경제의 호조세 지속에는 별 이견이 없다. 지정학적 위험 외는 특별한 악재가 없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저물가로 인해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내년 이후에도 호황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보호무역주의나 135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부채 등은 세계경기 변동을 야기할 이슈다. 장기간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축적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언제 분출할지 모른다.

2018년 한국경제의 순항 여부는 여전히 수출에 달렸다. 내수의 회복 모멘텀이 다소 불안정하다.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등은 민간의 소비여력 확대에 기여하겠지만, 고용사정은 불확실하다. 경기개선 주도업종의 고용흡수력이 낮고, 건설투자의 둔화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낮은 설비가동률 등을 감안할 때 기업투자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때 내수경기가 힘을 받지 못하면 전체 경기흐름을 유지하기 쉽잖다. 수출의 낙수효과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인이 얽혀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글로벌 부품구매, 원유 등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장치산업이나 기술집약적 산업의 특성, 그리고 산업연관효과가 높은 업종의 수출둔화 등이다. 수출과 내수를 이어줄 연결고리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부터 소득주도성장론 등 새로운 정책프레임의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다. 메가트렌드 대응의 영향도 작지 않을 듯하다. 크게는 단기효과를 겨냥한 경기대책과 중장기적으로 정책프레임 변화를 꾀하는 혁신정책의 상충 우려가 있다. 예컨대, 임금인상이 생산성 향상을 수반하지 않으면 투자가 지체되고 기업의 고용창출력도 약화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자칫 단기 경기대책으로 비춰질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각 정책간 균형과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심평원은 의사의 처방을 심사하고 공공의료비 절감도 꾀한다. 경제정책판 ’심평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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