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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 무티는 왜 그녀에게 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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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 무티는 왜 그녀에게 반했을까

입력
2017.04.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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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서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 맡아 화제

6, 7일 무티와 함께 베르디 공연

“감정 표현 집중해 들려드릴게요”

6, 7일 세계적 거장 리카르토 무티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를 선보이는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성장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6, 7일 세계적 거장 리카르토 무티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를 선보이는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성장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차르트를 비롯한 위대한 음악가들을 배출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잘츠부르크에는 매년 7~8월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성악가들이 모여든다. 5~6주간 오페라, 연극, 관현악 등 공연을 펼쳐 보이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위해서다. 유럽 3대 페스티벌로 꼽히는 이 축제에 2015년 무명의 한국인 소프라노가 무대에 올라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축제 관계자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소프라노 여지원(37)은 거장 리카르도 무티(76)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으로 노래했다. 1920년부터 이어진 이 축제에서 한국인 소프라노가 주역을 맡은 건 전례가 없었다.

여지원은 올해에도 잘츠부르크 무대에 선다. 무티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세계적 프리마 돈나로 꼽히는 안나 네트렙코와 주인공 아이다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6, 7일 경기 수원 경기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가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 공연을 선보이는 여지원을 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때(2015년)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뭔지도 잘 몰랐다”며 자신의 성장기를 소탈하게 꺼내놨다.

늦깎이로 성악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합창반을 하며 그저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전공하는 친구를 보며 “노래를 더 잘하고 싶어” 성악을 배웠다. 이후 서경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반 때 오페라 무대를 처음 경험해 본 뒤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하는 데 매력을 느꼈다. “이게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퍼” 기회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 유학에 올랐다. 여지원은 “열심히 했지만 처음부터 잘 하지는 못했다”며 “유학 가 보니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처음엔 학교 시험도 떨어져 울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파르마 아리고 보이토 국립극악원, 시에나 카자나 음악원을 졸업하고 2010년부터 소프라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에게 사사한 그는 마침내 2012년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할로 데뷔했다. 그가 은사로 삼는 카바이반스카는 기교는 물론 연기와 감정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유학생 여지원에게 자신의 드레스까지 직접 선물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마침내 여지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3년 라벤나 페스티벌의 ‘맥베스’에 출연하기 위해 치른 세 번째 오디션에서 그는 무티와 처음 만났다. 오페라의 연출과 제작을 맡은 크리스티나 무티는 자신의 남편인 리카르도 무티에게 의견을 물은 뒤 여지원을 캐스팅했다. 1년 후 리카르도 무티는 여지원에게 오페라 ‘에르나니’ 오디션을 권했고, 그렇게 서게 된 무대가 바로 잘츠부르크였다. “마에스트로 무티와 계속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회예요. 이번 잘츠부르크 공연에서도 세계적 프리마돈나가 어떻게 노래하고 연습하는지 보며 저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옥타브를 넘나드는 기교, 뛰어난 음악적 해석으로 호평 받으면서도 여지원은 “노래를 타고나지 못했다. 테크닉적으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며 겸손하게 얘기했다. 무티 역시 이런 모습에 그를 더욱 아끼게 됐다는 전언이다. 10년 동안의 유학생활과 뒤늦게 찾아온 기회에 지칠 만도 한데 여지원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항상 잘하던 사람이 벽에 부딪히면 지치죠. 전 처음부터 잘하지 않아서 콩쿠르에서 떨어져도 ‘뭐가 부족할까, 뭘 바꿔볼까’ 생각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2014년 대구 오페라 축제에서 ‘투란도트’의 류 역을 맡은 후 한국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예전엔 정말 돈이 없어서 한국엘 못 왔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 오고 있다”는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한국에서도 많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노래할 때 그 배역을 노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에 신경을 많이 써요. 제가 가진 목소리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에 집중해 노래 들려드릴게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여지원은 6, 7일 세계적 거장 리카르토 무티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를 선보인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여지원은 6, 7일 세계적 거장 리카르토 무티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를 선보인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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