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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고 뭘 쓰란 말인가… 커져가는 ‘생필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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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고 뭘 쓰란 말인가… 커져가는 ‘생필품 공포’

입력
2017.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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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진행형인데

‘독성 생리대’ ‘카드뮴 폰케이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위해성 논란

공신력 있는 정보 없어 불안 확산

[저작권 한국일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행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행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회사원 김모(31)씨는 여성 친구들 8명이 모여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요즘 생리대 정보를 공유하느라 바쁘다. 이들 중 5명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을 써왔는데, 이제 어떤 생리대로 바꿔야 할지 몰라 다들 고민이다. 김씨는 “특정 제품이 안 좋다는 소문이 돌면 제외해 가는 식으로 해외직구 제품이나 심지어 생리대 대용이 가능한 아기 기저귀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며 “하지만 이런 게 다 추정일 뿐 공신력 있는 정보는 누구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일회용 생리대, 여기에 간염 소시지와 카드뮴 덩어리 휴대폰 케이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생필품 안전문제가 포비아(공포증)가 돼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가장 높아진 것은 생리대 공포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최대한 조속히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원인규명과 건강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릴리안 생리대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판매량이 많은 10개 일회용 생리대 제품 모두에서 20종의 독성화학물질을 포함해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릴리안 제품 외에는 브랜드 명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에서 관련 위해성 기준도 마련되지 않아, 단시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소문을 탄 해외 N제품은 해외직구 대행 사이트에서 가격이 급등하더니 최근엔 아예 품절이 됐다.

계란에도 불신이 여전하다.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의 국내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계란을 하루 2.6개씩, 평생 먹어도 괜찮다고 밝혔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총장은 “한 마디로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상태”라며 “정부가 잘못 발표하고 번복할 때마다 믿을 수 있느냐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수십 통씩 빗발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이 만큼을 평생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건지, 정말 인체에 눈곱만큼도 해가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영국에서 독일ㆍ네덜란드산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먹고, 수 천명이 E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똥은 소시지로도 튀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소시지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국내 제품이라고 안전할까라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이주홍 사무총장은 “달걀도 처음에 유럽에서 파동 일고 국내 계란은 안전하다고 했다가 이렇게 된 건데 소시지는 물론 다른 식품들도 과연 안전할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일부 휴대폰 케이스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의 9,000배 이상 초과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달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여아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기 시작했던 ‘햄버거 공포’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사 햄버거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맥도날드는 이날 내년부터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자제 목록에 들어간 중요 항생제들을 사용해서 키운 닭은 포함하지 않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생활화학제품 사용에 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 맞춰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소통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태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편의성, 대량생산, 효율성 등의 기존 가치를 일부 포기하고 다소의 불편함을 택하려는 노력과 인내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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