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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독도 입도시설 논란

입력
2014.11.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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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와 국민의 문제 이해에 수준 차

공개하든 감추든 오해와 비난 못 피해

여론주도층의 합리적 자세가 중요하다

10월 독도의 달을 맞아 29일 독도에서 진도 소포리 마을주민 40여명이 강강술래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0월 독도의 달을 맞아 29일 독도에서 진도 소포리 마을주민 40여명이 강강술래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 꼬이겠구나! 정부가 돌연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설을 보류했다는 소식에 든 일감(一感)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려다가 딱 걸린 꼴이니, 정부 체면이 고약하게 구겨졌다. 몰아칠 비난을 비켜 갈 길도 찾기 어렵다. 여론주도층에조차 아무런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추궁에 떠밀려 내놓은 설명이라면 으레 변명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발버둥칠수록 더욱 늪에 깊이 빠지듯, 변명을 거듭할수록 논리만 성글어진다.

정부의 곤란한 처지를 걱정해 줄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한일 양국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예감이 불안하다. 독도 문제의 폭발성은 현재 양국 간 최대 역사 현안으로 떠오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도 차원이 다르다. 영토 감정은 국민 감정의 핵이다. 이를 건드리면 어떤 이성적, 합리적 논의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나마 내년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이란 점이 양국 관계개선 분위기를 떠받쳐왔다. 독도 논란이 불붙으면 이 또한 순식간에 날아간다.

되짚어보면 불씨는 이명박 정부가 남겼다. 2008년 일본 외무성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고, 방위성도 방위백서에 독도영유권 주장을 담았다. 반발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완전히 버렸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자주 흔들리긴 했지만 근간은 유지됐던 원칙이다. 그 대신에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는 행동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이 들어섰다. 독도 방파제 설치, 독도 해양과학기지 건립,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설 등의 구체적 행동계획이 세워졌다.

이런 정책 대전환의 구체적 이유를 설명할 만한 논리가 군색했다. 일본의 적극적 영유권 주장이 ‘조용한 외교’의 실패 증례(證例)일 수는 없었다. ‘조용한 외교’는 독도의 현상에 영향을 미칠 리 없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무시하고, 불필요한 독도의 현상 변경이나 논의를 피해 최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려는 일본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는 애초에 없었다. 그저 헛소리로 여기겠다는, 정당한 영유권자 본연의 자세만이 담겼을 뿐이다.

당시 MB 정부는 ‘영유권 강화’ 논리를 앞세웠다. 절대적 권리인 영유권을 어떻게 또 강화할 수 있을까. 국제법상 ‘실효적 지배(경영)에 의한 권원(權原)의 응고(凝固)’를 염두에 두었다고 봐도 애매하다. 시설물을 덧붙이고, 방문자를 늘리고, 활용도를 높인다고 권원이 더욱 단단하게 굳어지는 게 아니다. 민법상 자주점유(自主占有)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듯, 이런 행동이 공공연히 평화롭게(평온하게) 이뤄지고, 반론이 제기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채워야 한다. 일본의 악착같은 자세에 비춰 현실적 충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련의 ‘독도 영유권 강화 사업’은 애당초 불필요했다. 집권 직후 ‘광우병 촛불시위’에 크게 놀란 MB 정부의 정치적 대응이었을 뿐이다. 대일 국민감정은 언제 불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또 ‘독도는 우리땅’ 외침을 반일 민족주의의 징표로 여기는 시민단체의 순수하지만 빗나간 열정, 정치적 이해타산에 근거한 여야 정치인들의 선명성 경쟁, 대중의 추종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만연했던 때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만하다.

원칙적으로 그런 불필요한 사업에 국민 세금을 쓸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 뒤늦게라도 다양한 이유에서 계획을 버리거나 보류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한창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주도적 역할도 당연한 책무다. ‘일본 눈치를 본 외교 저자세’라는 비난의 근거도 의심스럽다. 박근혜 정부처럼 일본 정부의 화해 손짓을 냉담하게 대한 정부는 없었다. 내년의 수교 50주년을 지금보다는 나은 분위기에서 맞아야 한다는 생각도 그르지 않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일련의 경과를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독도 문제의 특성상 이미 국민의 눈밖에 났으니 어떤 설명도 추가적 오해와 비난만 불러들일 게 뻔하다. 이왕 부른 매는 조용히 맞는 게 낫다. 이런 복잡한 문제는 여론주도층의 이해라도 미리 얻어야 한다는 교훈이라도 얻었다면 다행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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