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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빚 완전탕감 공약, 기대ㆍ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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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빚 완전탕감 공약, 기대ㆍ우려 교차

입력
2017.05.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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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에 이자까지 11조원 규모

文정부, 역대정권 중 가장 강도 세

“도덕적 해이, 안 좋은 선례 우려”

부정적 여론 많아 조정 불가피

오랜 기간 빚에 시달린 100여만명의 장기 연체 채권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채무자로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전례가 없는 조치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물고기를 주는 일시적인 빚 탕감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 궁극적인 소득 증대책을 마련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문 대통령의 ‘소액·장기 연체 채무 소각’ 공약에 대한 실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의 채무자 구제 공약은 원금을 일부 깎아주던 이전 정부의 정책과 달리 원금과 이자의 완전 탕감을 약속한 것이어서 강도가 가장 센 것으로 평가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11조원이다. 정책 대상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고 있는 이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정부 때 저소득층의 빚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지금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 채권을 사들여 이자는 모두 탕감해주고 원금은 최대 절반 가량 깎아주는 식으로 채무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대신 기금은 나머지 원금을 상환받아 기금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약 이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가 사들인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어서 별도 예산을 따로 편성하기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어서 정부는 채권을 사들인 데에 들인 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연체된 지 10년이 지난 채권은 이미 금융사에서도 회수불능으로 잡혀 채권값이 원금의 5%도 안 된다”며 “예산 낭비보다 채무자의 빚 탕감에 따른 효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소멸시효가 지나 이미 회계장부에 회수불능으로 잡힌 특수채권 4,400억원(2만여명)치를 완전 소각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절반만 갚으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철저한 심사를 전제로 한 빚의 완전 탕감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까진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720만명 신용대사면 공약을 발표했다. 신용등급 7등급 아래 저신용자들의 신용을 회복해주고 채무불이행자 딱지는 모두 지워주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를 위해 10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대책 수위는 신용회복기금 조성을 통한 72만 명 지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애초 공약과 달리 원금 탕감은 배제하고 이자만 깎아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322만명의 채무불이행자의 빚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로는 66만명만 지원해줬다. 이마저도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빗발쳐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공약 역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정책 목표가 나오지 않아 현 상황에서 빚의 완전 탕감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제도 시행 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검토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에 완전 빚 탕감 정책을 시행하면 다음 정부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떠나 상당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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