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엘리엇의 교훈… 삼성 승계 밑그림부터 다시

알림

엘리엇의 교훈… 삼성 승계 밑그림부터 다시

입력
2015.08.04 04:40
0 0

"7월 추진하려던 후속 작업 보류" 경영권 승계 마무리 올해 넘길 듯

엘리엇 변수 예상 못한 충격에 추가 합병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듯

삼성이 당초 계획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를 전면 재검토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면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예상치 못한 반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내에서는 그 동안 수립했던 승계 계획을 뒤집어 원점부터 다시 세우기로 했다. 엘리엇처럼 뜻하지 않은 복병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3일 삼성 및 재계에 따르면 삼성 수뇌부는 엘리엇 사태 이후 원래 계획했던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전면 보류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이 당초 계획대로 매끄럽게 진행됐으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사업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 개편 후속 작업을 7월 중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잠정 보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본격 시작된 승계 절차는 연내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으나 원래 일정보다 상당 기간 미뤄져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처럼 삼성이 승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데는 엘리엇의 일격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에 따르면 그룹 내부에서는 엘리엇의 공격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엘리엇 변수를 예견하지 못해 엘리엇 측에서 치고 들어왔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삼성이 당황했던 이유는 자체 조사 결과 엘리엇이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상당히 치밀하고 영향력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1977년 설립돼 가장 오래된 헤지펀드 중 하나인 엘리엇은 연평균 수익률이 약 14.6%에 이르는 등 해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사태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지만 해외에서는 엘리엇이 많은 금융학도들에게 공신력 높은 꿈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헤지펀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많은 반면 매년 미 하버드대학과 콜럼비아대학 등 유명 경영전문대 졸업생의 4, 5%가 헤지펀드에 입사한다”며 “대학원 헤지펀드 관련 강의에 초청되는 외부 강사 명단에 엘리엇은 항상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엘리엇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노출한 점도 뼈 아팠다. 특히 삼성의 의도와는 다르게 유대인 비하 논란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줄곧 엘리엇에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막판 애국심에 호소한 것은 ‘관리의 삼성’답지 않은 미숙한 대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만큼 엘리엇 사태는 삼성에 자기 반성의 기회였다. 삼성 관계자는 “엘리엇 사태로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승계 작업에 얽힌 모든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며 “내부에서는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승계 작업을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다음 절차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삼성SDS와 삼성SDI의 합병,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 등의 시나리오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합병이 완료된 이후 삼성SDS와 삼성SDI를 합병하면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 산업계 계열사가 이 부회장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며 “이후 통합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추가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통합 삼성전자→나머지 산업계 계열사의 수직 지배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