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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과거 청산 위해 야당 지도자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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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과거 청산 위해 야당 지도자 사형

입력
2016.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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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이 모티우르 라흐만 니자미 자마테이슬라미당 대표의 사형 집행을 기뻐하며 그의 얼굴 그림에 신발을 던지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이 모티우르 라흐만 니자미 자마테이슬라미당 대표의 사형 집행을 기뻐하며 그의 얼굴 그림에 신발을 던지고 있다. 다카=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최대 이슬람 정당 자마테이슬라미당(JI)의 지도자인 모티우르 라흐만 니자미(73)가 10일 자정 직전(현지시간) 처형됐다.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 대항해 독립 전쟁을 벌일 당시 파키스탄군과 협력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과거청산을 위한 전범재판이 야당 지도자들을 집중 겨냥하면서 집권당 아와미연맹(AL)의 독재정권 강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양대 정당의 극한 대립이 테러집단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니자미 대표의 사형 집행은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2014년 국제범죄재판소(ICT)가 내린 사형 판결을 확정한 지 5일만에 이뤄졌다. ICT는 2009년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독립전쟁 당시 파키스탄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약탈 행위의 책임을 묻기 위해 설립했다. ICT를 통해 니자미 대표를 비롯해 JI 소속 9명, 방글라데시 최대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소속 2명이 재판을 받았고 이 가운데 5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외형상 과거청산을 목표로 한 ICT의 활동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하시나 정권의 독재권력 강화에 이용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니자미 대표가 이끄는 JI는 전쟁 때 파키스탄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 독립 후 불법 단체로 전락했으나 75년 군사정변 후 합법화됐고 민주화 후인 2001년에도 BNP와 연정을 구성해 니자미 대표가 내각에서 장관직을 맡기도 했다. 때문에 방글라데시 야권은 ICT가 제대로 된 증거 없이 재판을 한다며 하시나 총리의 정적 제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미나크시 간굴리 남아시아지부장은 “이들이 재판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제대로 된 절차로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시나 총리의 AL과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이끄는 BNP는 91년 방글라데시 민정 수립 이래 치열하게 정권을 다퉜고 역대 총선은 늘 불공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과도정부가 2차례 수립됐고 2006년에는 군부가 개입해 하시나 총리와 지아 전 총리를 추방하려고까지 했다. 2014년 열린 10차 총선은 야권의 보이콧으로 AL이 원내 300석 중 234석을 차지하며 압승했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연일 하탈(동맹휴업)을 이어갔다.

2015년부터 좌파 세속주의 성향 활동가, 언론인, 외국인 등을 향한 테러가 늘어나는 것도 극단적 정치 대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4월 한 달 동안만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마체테(외날도검) 테러’로 3명이 사망했다. IS는 이들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하시나 총리는 IS 활동을 부정하는 대신 반대 정당인 BNP와 JI를 배후로 지목하며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하시나 정권의 반대파 탄압이 오히려 고립된 이슬람 테러 조직의 발호와 IS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하시나 정권의 대테러활동은 지원하되 야당과의 대화와 공정한 선거를 요구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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