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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선 히죽히죽, 트위터엔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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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선 히죽히죽, 트위터엔 “얼간이”

입력
2016.02.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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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가격을 50배 이상 올려 비난을 받았던 튜링 제약의 전 대표 마틴 쉬크렐리가 4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에이즈 치료제 가격을 50배 이상 올려 비난을 받았던 튜링 제약의 전 대표 마틴 쉬크렐리가 4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웃을 일이 아니다. 환자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에이즈 치료약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무려 55배나 올려 미국인의 공분을 샀던 튜링제약의 마틴 쉬크렐리(32) 전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등장해 이죽거리는 등 오만한 태도를 보여 미 연방의원들의 꾸짖음이 이어졌다. 그는 심지어 청문회가 끝난 후 트위터에 의원들을 ‘얼간이들(imbeciles)’이라고 조롱해 대중의 비난을 샀다.

이날 미 하원의원은 물론 주류 언론들의 질타를 한몸에 받은 쉬크렐리는 지난해 9월 에이즈 항생제 ‘다라프림’ 특허 소유권을 인수한 후 한 정에 13달러 50센트(약 1만6,000원)하던 약값을 750달러(약 88만8,000원)로 인상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약값 폭등으로 가난한 에이즈 환자들의 생명이 위기에 놓이자 미국 사회에선 쉬크렐리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이날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가 다라프림 가격 인상의 공정성을 따지기 위해 청문회를 마련, 쉬크렐리를 소환했다.

의원들은 튜링이 다라프림 특허를 구입한 후 가격 인상으로 2월 현재까지 9,800만 달러(약 1,171억)의 수익을 올리며 약 제조비로는 고작 100만 달러(약 12억)를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들로부터 ‘피묻은 돈(blood money)’을 긁어 모으며 임원 봉급은 60만 달러(약 7억1,000만원)로 인상하고, 임원 파티를 위해 2만3,000달러(약 2,700만원)짜리 요트를 빌리는 ‘돈 잔치’를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쉬크렐리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불리한 증언은 강요할 수 없다’는 미국 수정헌법 5조를 거듭 내세우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자신에게 질문하는 의원을 빤히 쳐다보며 조롱하는 웃음을 짓거나, 몸을 뒤로 젖히는 오만한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응답하듯 포즈를 잡기도 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추구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조차 쉬크렐리의 태도를 비난했다. 공화당 제이슨 샤페즈(유타) 의원은 “에이즈에 걸린 저소득층 임산부가 약이 필요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엘레야 커밍스(메릴랜드) 의원은 “웃을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한 후 “역사상 가장 탐욕스러운 기업인으로 남는 대신 공정한 약값 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쉬크렐리는 끝까지 불손한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청문회는 45분만에 종료됐다. 쉬크렐리는 청문회 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얼간이들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의원들을 모욕했다. 미 언론들은 하지만 “의회에 대한 모독으로 의원은 물론 대중들도 분노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알바니아계 이민자 출신인 쉬크렐리는 20대 중반 헤지펀드 회사를 차리는 등 승승장구했고, 희귀병을 앓던 여동생의 영향으로 제약산업에 눈을 돌려 튜링제약을 인수했다. 창의적인 젊은 인재로 주목을 받았으나,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사업 방식이 알려져 비난의 중심에 섰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제약시장의 바가지 요금에 대책을 찾겠다”고 나서는 등 한 기업인의 탐욕이 가져온 결과에 경악한 미국 사회는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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