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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맞수] ‘올 블랙’ 10년 제왕 vs ‘빨간 장갑’ 호주 샛별

입력
2018.01.15 14:4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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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화이트 월드컵서 두 번째 100점 펄펄

키 195㎝ 제임스, 작년 평창서 뜬 대세

18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숀 화이트(가운데)와 스코티 제임스(오른쪽)가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임스가 지난해부터 대회 때마다 끼고 있는 빨간 장갑이 눈에 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18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숀 화이트(가운데)와 스코티 제임스(오른쪽)가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임스가 지난해부터 대회 때마다 끼고 있는 빨간 장갑이 눈에 띈다. 콜로라도=AFP 연합뉴스.

‘눈 위의 서커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동계올림픽 최고 흥행 종목이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하늘 위에서 다이내믹한 묘기가 펼쳐진다. 이 종목에선 ‘스노보드=화이트’라는 공식이 10년이 넘도록 겨울 스포츠계를 지배했다. 숀 화이트(31ㆍ미국)라는 아성에 도전할 이가 없어 보였다. 화이트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X게임 메달만 24개를 쓸어 담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후보 0순위다.

하지만 요즘 대세는 단연 스코티 제임스(23ㆍ호주)다. 지난해 X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지난해 2월 평창 테스트이벤트(올림픽 사전점검 대회)까지 모조리 제패했다. 특히 평창에서 2차 런까지 3위였던 제임스가 마지막 3차 런에서 주 무기인 백플립1240(공중 3바퀴 반 회전)을 선보이며, 화이트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대역전극은 지난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스노보드 제왕’은 화이트

스노보드의 제왕은 여전히 숀 화이트다. ‘스노보드의 마이클 조던’ ‘전설’ ‘황제’ ‘플라잉 토마토’ 등 스노보드 일인자임을 일컫는 별명만 십여 가지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 13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노매스에서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00점 만점을 받으면서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평창행 티켓을 확보했다. 그는 특히 더블 맥트위스트 1260, 더블 콕 1440 등 고난도 기술을 연달아 성공하며 ‘국가대표 탈락 위기설’을 잠재웠다. 제임스는 96.25점으로 2위였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100점 만점은 2012년 화이트가 가장 먼저 달성했고, 클로이 김(미국)이 2016년에 받은 것이 전부다. 이날 화이트의 100점은 개인 통산 두 번째 만점 기록이다.

그는 맨땅에서 펼치는 스케이트보드도 최강자다. X게임에서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로 모두 우승한 유일무이한 선수다. 스노보드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딴 비디오 게임을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고 리조트 사업, 패션,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인다.

‘왕좌 탈환’ 선언한 제임스

화이트의 공고한 아성에 약관의 제임스가 평창올림픽에서 거센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의 잠재력은 2016~2017시즌에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7차례의 주요 국제무대에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세계 랭킹 1위까지 내달렸다. 지난해 숀 화이트와의 맞대결에서도 2대 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8년 전 올림픽에서 분루를 삼켰던 제임스가 이제는 평창 금메달 후보로 당당히 꼽히는 이유다.

올림픽 경기장인 평창 휘닉스 스노보드경기장의 모양도 제임스에 유리하다. 제임스는 평창테스트이벤트 참가 당시 “키가 커서 트랜지션(하프파이프 벽과 맞닿은 파이프 아래 곡면 부분)이 긴 경기장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메달을 예상하는 미국 데이터전문업체 그레이스노트도 제임스가 평창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화이트가 은메달을 딸 것으로 전망했다.

만 3세 때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갔다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제임스의 아버지는 3살짜리 제임스에게 맞는 스노보드가 없어 10달러짜리 매장 전시용 보드를 건넸고 이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 후 10살 때 본격적으로 하프파이프 기술을 연마했고 곧 주니어 대회를 평정했다. 그는 미국 ESPN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건방진 꼬마’였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키는 195㎝. 공중 묘기를 부리기엔 불리한 신체 조건이다. 하프파이프에서는 장신보다 단신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화이트는 173㎝, 소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일본)도 160㎝다.

검정 vs 빨강

둘 간의 대결은 검정과 빨강의 ‘색깔 대결’이기도 하다. 화이트는 자신의 이름과는 반대로 ‘올 블랙’(All-black) 패션이 트레이드 마크다. “경기장에서 숀 화이트를 찾으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차려 입은 사람을 찾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화이트는 한 인터뷰에서 “X게임에서 한번 빨간 재킷을 입어본 적이 있는데 성적이 별로였다”면서 “그래서 다른 색은 절대 안 입는다”고 했다.

반면 제임스는 지난해 평창테스트대회부터 일반적인 스키 장갑 대신 빨간색 복싱 글러브 모양의 장갑을 끼고 경기에 나선다. 195㎝의 껑충한 키에 빨간 장갑을 낀 모습이 영락없는 호주올림픽위원회의 상징인 ‘빨간 장갑 낀 캥거루’의 모습이다. 제임스는 “내가 호주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빨간 장갑을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맞수의 불꽃 튀는 대결은 2월 13일과 14일 평창 휘닉스 스노보드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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