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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시진핑의 마르코 폴로 전략

입력
2017.06.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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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을 주재했다.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29개국 정상과 100여개 국 1,200여 대표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유럽까지 또 동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로까지 확장한 사회기반(SOC) 조성에 1조 달러를 투자해 유라시아를 통합하려는 계획이다. 중국의 새로운 마셜 플랜이자 거대한 전략적 시도로 불린다. 일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포기해서 생긴 자리를 메우겠다는 중국의 작업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은 이 야심 찬 계획을 통해 저개발국에 절실한 고속도로, 철도, 송유망, 항구 및 발전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국 기업의 유럽 항구와 철도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일대’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철도 연결망을 포함하며, ‘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로와 항만을 의미한다. 마르코 폴로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중국이 넘치는 자금으로 빈국을 지원하고 무역을 증진할 인프라를 창출한다면 사실상 세계 공공재를 제공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동기가 순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대규모 외환 자산을 수익 낮은 미국 국채에서 고수익 인프라 투자로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로 인해 중국 상품을 팔 시장이 창출된다. 중국 철강ㆍ시멘트 회사들은 과잉 설비로 어려운 형편이고 이 투자로 중국 건설회사들은 이익을 볼 것이다.

그런데 일대일로 계획은 실제 투자보다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일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지난해 감소해 기업이 정부만큼 참여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매주 화물로 가득 찬 5대의 기차가 충칭을 출발해 독일로 향하지만 화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기차는 한 대뿐이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육로 운송은 여전히 해상 운송보다 2배 비싸다. 일대일로 계획은 “불행하게도 방대한 정치적 비전에 비해 실용적인 투자 계획이 부족”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한다. 게다가 여러 프로젝트들이 부채와 대출금 상환 불능으로 결국 ‘흰 코끼리’가 될 위험이 있다. 너무 많은 국경에 걸쳐 있는 사업들은 안보 갈등으로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인도는 인도양에서 중국의 위상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 터키 이란 등은 중앙아시아에서 각각의 현안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인상적인 구상은 오래된 지정학적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1세기 전 영국 지리학자 핼포드 매킨더는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해상 권력과 주변부를 강조한 19세기 앨프리드 머핸 제독의 통찰을 오랫동안 선호했다. 제2차 대전이 끝날 때 조지 케넌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머핸 식으로 접근 했다. 그는 유라시아 대륙 양쪽 끝 일본, 서유럽 반도와 연합한다면 미국에 유리한 세계적 권력 균형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아시아를 소홀히 하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지금도 이 노선을 따라 조직되어 있다.

인터넷 시대에 물리적인 거리는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19세기 지정학 갈등의 상당 부분은 무너진 오스만 제국 지역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하는 ‘동양 문제’가 중심이었다. 베를린에서 바그다드까지 철도 계획은 강대국 간의 긴장을 불러 일으켰다. 일대일로 계획과 함께 중국은 매킨더와 마르코 폴로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육로는 터키, 이란 같은 옛 제국뿐 아니라 영국, 러시아까지 끌고 들어갔던 19세기 ‘거대한 게임’을 부활시킬 것이다. 동시에 인도양을 가로 지르는 해로는 인도와 잠재적인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머핸과 케넌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아시아는 독자적인 세력 균형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나 일본, 베트남은 중국의 지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을 해결책의 일부로 본다. 양국 간 무역 규모나 오가는 많은 학생만 보더라도 미국의 정책은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위대한 국가라는 비전에 매료되어 해양 이웃과 영토 분쟁을 벌이면 그들은 미국의 품 안으로 갈 수 있다. 중국의 진정한 문제는 ‘자기 봉쇄’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중국에서 민족주의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힘이다.

원칙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환영해 마땅하다.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로버트 졸릭은 부상하는 중국이 세계 공공재 공급에 기여한다면 미국은 중국이 ‘책임 있는 투자자’가 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미국 기업이 일대일로 투자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통화 안정, 기후 변화, 사이버 규칙, 반테러 같은 다양한 문제에 협력해 얻을 것이 많다. 중국은 일대일로 계획에 돈을 내고 지정학적 이익을 얻겠지만 그것이 일부 분석처럼 전략적인 전환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미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더 어렵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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