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혼잎 기자

등록 : 2018.02.28 19:00
수정 : 2018.03.01 00:15

주5일제 14년 만에 근로시간 단축... 과로사회 딱지 뗄까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 週 52시간 근로시대

등록 : 2018.02.28 19:00
수정 : 2018.03.01 00:15

#1

勞使, 14년 전에도 논쟁 치열

우려 있었지만 주5일제 자리매김

“대다수 근로자 53~54시간 일해

1~2시간 줄어 사회 파장 적어”

#2

근로시간 단축 지원책 절실

年근로 2069시간 OECD 상위권

“정부가 근로시간 등 모니터링

실효성 강화할 방안 마련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지난 2004년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주5일근무제(주5일제)’가 도입됐다.당시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근거로 오전에 약 4시간을 일하고 오후엔 쉬는 반공일(半空日)이던 토요일을 휴일로 바꿨다.

주5일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의 논쟁은 치열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은 의미 있지만, 임금이 줄어들어선 안 된다”고 했고,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인건비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주5일제는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제도가 됐다. 당시 주5일제가 시행되면 원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가 일어난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무색한 결과다. 노동계의 우려대로 근로자의 임금이 대폭 줄어들지도 않았다.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해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한지 5년 만이다. 지금도 노사는 그때와 똑 같은 논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주 5일제 시행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이 오는 걸까, 아니면 당시처럼 노사 모두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걸까.

2004년 vs 2018년 충격의 크기는

겉으로 보기엔 충격의 크기는 지금이 더 커 보인다. 2004년 당시는 법정근로시간이 4시간 줄어드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연장근로를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이 16시간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많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던 주5일제보다는 사회적 파장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68시간을 일하는 사례는 지금도 예외적이고, 대다수는 53, 54시간 안팎으로 일하던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1, 2시간 줄어들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연착륙을 장담하긴 어렵다. 주5일제 도입 시엔 노ㆍ사ㆍ정이 노사정위원회 채널 등을 통해 수차례 절충을 시도했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처리는 오롯이 국회에서만 이뤄져 민주노총 등에서는 ‘깜깜이 개정안’이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임금에 대해서도 따로 법안에 보전 관련 규정을 두지 않았다. 법안 제정이 미뤄지는 사이 단체협약을 통해 이미 주5일제가 빠르게 확산되던 것과 달리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는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현장에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문제다. 법에 규정된 시행시기보다 빨리 주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법인세 등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인건비를 지원했던 유인책도 이번에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실질적인 효과는

주5일제가 정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총 근로시간은 기대했던 만큼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한 숙제다. 정부는 당시 주5일제의 정착으로 2003년 연 2,39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였던 근로시간을 2,000시간 아래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6년에도 연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2003년 당시 2위였던 멕시코에게 1위 자리만 내줬을 뿐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며 ‘과로사회’의 딱지를 떼내지 못하고 있다. OECD 평균(1,700시간)보다 무려 400시간을 더 일한다.

법 개정 후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실효성을 강화할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잔업규제를 강화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근로관리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고용창출장려금 제도 등 현행 지원책을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더 정교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현실적 장벽이 높긴 하지만, 국회에서는 정부가 근로시간관리센터에서 근로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올해 1월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클라우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별 사업장 별로 전송 받은 근로시간 정보를 국가가 인증, 근로시간을 둘러싼 분쟁이 생기면 이를 활용하자는 취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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