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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험생들 “지진 때문에 시험 다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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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험생들 “지진 때문에 시험 다 망쳤다”

입력
2017.11.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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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 선택 조사에 “포항서 치르겠다” 응답했지만

일주일 늘어난 기간에도 공부할 곳도 없어

체력만큼 정신력 중요한데 이미 컨디션 최악

지진으로 포항 주민들이 대피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고3 학생이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있다. 연합뉴스
지진으로 포항 주민들이 대피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고3 학생이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있다. 연합뉴스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진앙지인 경북 포항지역의 상당수 수험생들은 지진으로 집에서 쉴 수 조차 없어 올 수능을 다 망쳤다는 자조적 분위기다.

지진 후 건물 기둥이 모두 틀어져 곧 무너질 것 같은 포항 북구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에도 고3 수험생이 살고 있다. 학생 어머니는 “가까운 지인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수능 등 남은 일정이 많은데 몸만 급하게 빠져 나와 전혀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몸을 피한 이재민 가운데도 수능을 코앞에 둔 고3 학생이 여럿이다. 몇몇 학생은 지진이 일어나고 다음날 차가운 체육관에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쳐 보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정모(18)양의 어머니 이모(50)씨는 “아이가 숙식은 체육관에서 하고 대중목욕탕에서 씻은 뒤 학원에 가 시험 공부를 한다”며 “잘 먹고 잘 자도 제 실력 발휘가 안될 수 있는데 수 백 명이 몰려 있는 체육관에서 생활해 컨디션이 좋을 리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머무는 학부모와 수험생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포항 수험생들은 16일 밤 경북도교육청이 실시한 응시장소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0.1%가 포항관내를 희망, 지진 공포심보다는 편의성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포항 지진 진앙지가 9㎞ 깊이로 얕은 편이어서 규모가 작은 지진에도 흔들림이 커 시험 당일 여진으로 자녀의 집중력이 흔들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고3 아들은 둔 아버지 김세원(53)씨는 “집이 아파트 30층이라 불안한 마음에 집 밖 독서실을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이번 지진은 체감도가 커서 과연 시험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딸을 둔 강정일(49)씨도 “이미 큰 지진을 겪은 만큼 멀리는 가는 것보다 진앙지와 거리가 있는 남구지역 중학교라도 고사장으로 결정됐으면 한다”며 “최상의 컨디션에서 봐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평소보다 높은 점수는 기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수험생에게 가장 필요한 건 체력과 정신력인데 포항지역 학생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며 “최선을 다해 그나마 실력대로 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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