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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의 무게

입력
2017.10.19 17: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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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다. 위원회가 건설 중단과 재개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면, 24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ㆍ6호기의 운명이 최종 결정된다. 지난 주말 진행된 2박3일 합숙토론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숙의에 참여했다. 우리 사회가 원전에 대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논의를 해본 적이 있나 싶다.

합숙토론이 끝난 18일, 경주 월성원전 3호기에서 14일째 냉각재가 누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지난 5일 냉각재 누출을 인지하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누출 위치는 11일에 확인했지만 원자로는 18일에야 수동으로 정지됐다. 한수원이 공론화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발표와 운영중단을 미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는 시민들이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했기에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 한수원이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전 정부까지는 정부와 소수 전문가 집단이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왔다. 그에 따라 2029년까지 원전 11기와 석탄발전소 20기 건설 계획이 수립되었다. 시민참여는 형식적 공청회에 그쳤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의 의견을 공론화라는 형식을 빌려 물어보기 시작했다. 질문하는 정부,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지역주민과 시민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갖췄더라면 삼척과 영덕 신규 원전과 밀양 송전탑 건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삼척과 영덕은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는 앞으로 정부가 시민의사에 반하는 독단적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상징한다.

동시에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는 그 자체로 곱씹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위원회의 기계적인 중립과 준비부족, 청소년 참여 배제, 신고리 5.6호기 인접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주민의 의사가 과소대표 되는 구조 등에 대해 복기해야 한다. 시민참여단은 건설 중단과 재개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해 왔다. 원전의 안전성과 밀집지역에 추가로 건설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 지역주민 건강피해, 재생에너지 전망, 원전 경제성에 대한 입장 차이가 명확했다. 4대강 사업을 두고도 경험했던 현상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명확하게 엇갈리는 현상은 그만큼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정책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민의 판단, 사회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공론화에서 시간제약과 토론방식의 한계로 검증하지 못한 많은 쟁점은 이제 우리의 모두의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시민들과 함께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원전 안전, 경제성, 전력수급과 전기요금, 수출효과 등에 관한 양쪽의 주장과 자료를 하나하나 검증해야 한다. 공론화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자신의 주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 분석 결과가 오차범위 안에 있다면,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정부는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내걸고,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약속했음을 기억한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과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앞으로도 많은 과제를 앞두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에너지전환을 위해 3차 에너지기본계획, 탈핵로드맵, 에너지 세제개편,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는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를 통해 이제 막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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