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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ㆍ임금 반비례’ 공식 깨졌다? 미국ㆍ영국 정책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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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ㆍ임금 반비례’ 공식 깨졌다? 미국ㆍ영국 정책 혼선

입력
2018.01.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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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작년 실업률 2000년 이후 최저

임금 2.9%ㆍ물가 1.5% 상승 그쳐

학계 “세계화 진전… 곡선 사라져”

美 연준은 “곧 다시 나타날 것”

실업률-임금상승률 상충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이 더 이상 시장과 경제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업률-임금상승률 상충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이 더 이상 시장과 경제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필립스 곡선은 이미 없어졌다”, “조금 더 기다려라. 곧 돌아올 것이다.”

현대 경제학에서 실업률과 임금ㆍ물가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설명해온 ‘필립스 곡선’의 유효성을 두고 미국ㆍ영국의 시장 전문가와 정책당국자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거시경제 지표의 방향을 제시하던 이 곡선이 사라지면서 자본시장 및 정책당국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와 임금은 상승해야 한다. 고용이 늘면 임금인상 압력이 발생하고 높아진 임금 때문에 물가도 상승한다는 원리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해 실업률(4.1%)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임금상승률(지난해 말 기준)은 2.9%에 머물고 있다. 실업률이 비슷했던 2000년 말 임금상승률(5.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도 1.5%로 통화당국의 연간 목표치(2%)에 못 미쳤다.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ㆍ영국 경제학계는 ‘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신봉해온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당혹스러움’을 처리하는 방식은 학자와 정책 당국자 사이에서 엇갈린다.

학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필립스 곡선’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필립스 곡선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란지트 디제 뉴욕주립대 경제학 교수도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는 건 ‘세계화’의 진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면서 단순히 내수시장 수요 증감만으로는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 TD뱅크도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업률(가로축)과 물가ㆍ임금상승률(세로축)의 반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필립스 곡선. 이 곡선은 영국 경제학자 앨번 윌리엄 필립스가 1861~1957년 사이 영국 통계를 분석해 1958년 제시했다.
실업률(가로축)과 물가ㆍ임금상승률(세로축)의 반비례 관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필립스 곡선. 이 곡선은 영국 경제학자 앨번 윌리엄 필립스가 1861~1957년 사이 영국 통계를 분석해 1958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당국자들은 “사라진 곡선이 곧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WSJ에 따르면 미국 연준을 구성하는 각 지역 준비은행 총재들은 이 곡선을 제시한 앨번 윌리엄 필립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연준 금리결정회의 회의록에도 “대부분 참가자들은 그 이론(필립스 곡선)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필립스 곡선을 창 밖으로 내팽개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곡선에 대한 인식차이는 정책 대응에 대한 시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 대신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여전히 곡선의 유효성을 믿는 쪽에서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과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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