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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화무십일홍

입력
2018.04.08 13: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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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의 벚꽃은 평년보다 8일 빠른, 지난 2일 개화했다. 이렇게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피면서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다른 봄꽃들의 개화 시기와 겹쳐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보통 벚꽃은 개화해서 활짝 핀 이후 일주일 정도 만에 지는데, 올해는 벚꽃이 일찍 개화한데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면서 낙화도 빨리 시작됐다. 이처럼 봄꽃이 빨리 지는 바람에 봄꽃을 제대로 즐길 시간이 없어 상춘객들의 아쉬움이 남는데, 우리말 중에 꽃이 빨리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말로 ‘화무십일홍’이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인데,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흔히 권력의 무상함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의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있다.

그런데 ‘화무십일홍’은 중국 남송(南宋)의 시인 양만리(楊萬里)가 지은 ‘납전월계(腊前月季)’ 즉 ‘섣달 월계화 앞에서’ 중에 ‘只道花無十日紅(지도화무십일홍), 此花無日無春風(차화무일무춘풍)’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를 해석해 보면 “그저 꽃이 붉어도 열흘을 못 간다고 말하지만, 이 꽃은 봄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없네”라는 뜻이다.

양만리는 이 시에서 꽃들이 빨리 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월계화의 강인한 생명력을 찬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서정주 시인이 천둥과 무서리를 이겨내고 늦가을에 피어난 한 송이 국화꽃을 찬양한 것과 같은데, 월계화는 야생 장미의 일종으로 중국 남방에서는 사철 내내 푸르러 섣달에도 꽃이 핀다고 전해진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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