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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독자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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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독자권익위원회]

입력
2018.03.02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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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정부 응원 벗어나 적당한 거리감

北 현송월 기사 흥미성 위주 아쉬움

지난달 21일 한국일보 18층 회의실에서 독자권익위 2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황상진 논설실장, 김기주 이윤정 구현모 위원과 이재경 위원장,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8-02-21(한국일보)/2018-03-01(한국일보
지난달 21일 한국일보 18층 회의실에서 독자권익위 2월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황상진 논설실장, 김기주 이윤정 구현모 위원과 이재경 위원장,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8-02-21(한국일보)/2018-03-01(한국일보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2월 회의를 열어 한달 간의 보도 내용을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인 이재경 위원장과 구현모(고려대 대학원) 김기주(한국리서치 이사) 이윤정(칼럼니스트) 위원과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황상진 논설실장이 참석했다.

이재경

최근 들어 한국일보 사설의 흐름에 문재인 정부와 거리가 생겼고, 조금 더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전에는 너무 (정부를)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일반기사의 코멘트 방향에도 일정한 거리가 있어 좋은 감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는 다른 언론과 비교해서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남북관계 보도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뒤처지지도 않았다.

한국일보에서 힘줘 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지방자치단체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다른 언론이 거의 주목하지 않은 좋은 기획이다.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그러겠지만, 기사 흐름이나 취재 포커스가 공급자한테 맡겨져 있다. 단체장, 관공서 중심으로 되어 있다. 시민은 어떻게 느끼는지, 정말 행정서비스가 좋다고 보는지, 그들이 체험한 제일 좋은 서비스는 무엇인지를 담아주면 좋겠다.

구현모

평창 동계올림픽 보도에서 부정적으로 보인 것이 미국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에 대한 민족주의적 접근, 컬링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녀’로 표현한 것 등이다. 클로이 김에 대해선 ‘그래도 한국계’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비전통적 매체들은 ‘저 선수가 한국에 태어났으면 선수 못했을 것이다’ ‘왜 한국계인 걸 고마워하냐’는 지적이 많았다. 2월 19일자 1면 ‘울지마 이상화, 너는 최고야’ 제목은 반말이다. 내가 이상화(29) 선수라면 ‘저 아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 기사를 편집하고 데스킹하는 분들의 감수성과 젊은 독자들의 감수성이 다른 것 같다. 1월 22일자 1면 ‘휴일 들썩인 현송월… ‘평창타임’ 막 올랐다’를 비롯해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기사는 겉모습에 집중됐다. 2월 8일자 28면 ‘봐도 봐도 멋진 박종아 선배님, 우리가 힘껏 응원해요’ 기사를 보며 과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주장인 박종아 선수는 초등학교 후배를 기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월 13일자 4면 ‘남북창구ㆍ대북특사ㆍ한미훈련… 3대 변수에 정상회담 달렸다’는 북한에 대해 워낙 말이 많은 시점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짚어줬다. ‘지자체 알쓸신Job’ 기사는 취재원이 다 공무원이었다. 일부러 칭찬하는 기사를 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8 지자체 평가’ 기획은 전체적으로 나쁘게 보면 예비 대선 주자들, 혹은 예비 지자체 후보를 평가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평가 기준을 궁금해할 수 있는데 기준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의미 있는 평가이지만 ‘앞으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이렇다’라고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 아쉬웠다.

이윤정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 보도는 특종이 온 사방에서, 모든 업계에서 다 나올 수 있다. 젊은 세대한테 소구력이 큰 뉴스다. 열심히 발굴해 보도할 여지가 많다. 그리고 여성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신문에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김연아(28)씨에 대해 ‘연아’라고 기사를 쓴다. 이상화 선수에게도 ‘반말’ 제목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반감이 들었다. 현송월 단장 기사도 흥미성으로 흘렀다. 여성 취재원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20대 후반의 컬링 여성 국가대표를 ‘의성 마늘 소녀’로 부르는 것도 같은 프레임이다. 오죽하면 이들이 “우리를 팀킴으로 불러 달라”고 했겠나. 지나치게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성 인권의식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재경

취재나 보도의 사각지대가 지방자치 정치다. 서울인데도 서울시의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거의 없다. 구의회는 아예 가보지도 않는 구조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거기가 핵심이다. 구청 예산이 몇 천억 원씩인데 언론이 안 들여다 본다. 지금은 기자들이 경찰서를 나갈 때가 아니라 구청, 구의회를 나갈 때다. 사건도 중요하지만 살림살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 구의원들이 어떻게 이익을 배분하는지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다. 결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패러다임으로 취재가 된다.

이와 연결된 이야기가 6월 지방선거다.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정치 보도는 취재원, 정당 중심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바꿔보자는 고민이 한번도 실천된 경우가 없다. 접근방식을 바꿔 보도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서울시장 선거에 시민 패널 100명쯤을 만들어 그들이 판단하는 선거의 흐름, 판세, 이슈 등을 보도하면 어떨까. 예전 미국에서 시민 저널리즘, 공공 저널리즘 형태로 작은 신문들이 중심이 되어 그렇게 보도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후보가 누구이고, 누가 당선될지에 주목할 게 아니라 서울시의 어젠다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예산이 이만큼인데 그걸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지의 관점으로 가야 한다. 인터넷 매체들이 시민들의 소리를 많이 담고는 있다. 그런데 특정집단화 된 세력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도 견제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황상진

디지털로 뉴스를 소비하는 젊은 독자들에게 소구력 있는 뉴스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구현모

독자들이 생각하는 한국일보 이미지는 젊게 바뀌고 있다. 다만 취재기사인지 아니면 ‘2030 세상보기’나 ‘36.5도’ 같은 젊은 칼럼인지를 묻는다면 답은 후자다. 다르게 말하면 취재기사를 보면 한국일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사가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 이상 색깔도 안 드러난다.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잘 반영된 웹툰, 각종 커뮤니티, 수필이나 에세이, 시 등을 더 많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평소에 보고 읽는 것이 가치관이 된다.

이윤정

모바일 감성을 익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82쿡 등 온라인 자유게시판을 열심히 보고, 페이스북에서 어떤 정보를 많이 공유하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곳이 느껴진다. 그런 기준에서 지면을 보면 노후한 감성이 보이고 민심과 동떨어진 느낌도 든다. 올드한 데스크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주

젊은 독자를 위해 종이 신문이 온라인 기조를 따라 가는 건 위험하다. 모바일,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는 독자 혹은 인구가 종이신문으로 전환될 거라는 기대, 그 자체가 문제다. 종이신문 독자 중에 40대 미만은 없는 사람으로, 그림자로 생각하고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2030의 라이프 스타일, 뉴스 이용 패턴에서 신문이란 미디어는 없다. 모바일에 익숙한 그들에게 신문은 굉장히 불편하다. 종이 신문의 방향은 40대 이상 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40, 50, 60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종이 신문이 그들보다 10년 정도 ‘올드’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그나마 신문이 가지고 가야 할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 신문 구독자 수가 매년 10% 줄고 있는데도 한국일보 구독자 수는 안 빠지고 있다. 한국일보의 방향성은 긍정적인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온라인상에서 많은 뉴스가 많이 공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공유가 일어날 확률은 1%도 안 된다. 그 1%의 성향을 연구해 그들이 공감하고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영상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황상진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 문제가 동시에 진행됐는데 이에 대한 한국일보 보도를 평가해달라.

김기주

한국일보는 통일 지향적 신문으로 알고 있다. 올림픽과 연결된 대북 문제의 논조는 상당히 정제됐다. 치우치지 않고 정쟁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재경

미국이란 나라가 생각보다 크다. 우리 정치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안에서 그는 점점 마이너리티가 되어 가고 있다. (언론은)아베 신조 일본 총리나 트럼프 대통령이 (현안들에 대해) 규정하는 대로 의문을 갖지 않고 기사로 담아낸다. 현장에 대한 이해와 취재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남북 제3국 사전 접촉’ 보도를 했다. (청와대가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은 그런 걸 취재하려고 한다. 우리 언론은 그런 시도를 안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예 정보가 차단된 것인가. 정부가 발표한 것 말고는 거의 보도하는 게 없다. 독자적으로 확보한 정보로 다른 관점에서 판단하고 보충해 주는 기사가 있으면 신문 신뢰도가 높아진다. (정부의 시각과)거리를 두고 도전하고 질문해야 한다. 독자적인 정보를 가지고 던져 주길 바란다.

황상진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보도를 논의해 달라.

이재경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정치 논리로 볼 것인지, 경제 논리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확 던져놨는데 사실 이는 포퓰리즘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의)표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금방 계산이 된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문제에서 정치논리가 앞섰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할 근거는 상당히 많다. 경제수준, 소득수준도 높아졌고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현실논리가 중요하다. 저널리즘은 그런 부분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를 다양하게 보여 줘야 한다. 자기 이권만 챙기는 게 아닌 진심이 드러나는 이야기면 된다.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언론이 할 일이다.

김기주

본질적인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다.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 등이 더 큰 문제이고 최저임금은 별개다. 땀 흘려 일을 하면 적어도 ‘밥’은 먹을 수 있어야 되지 않나.

구현모

중요한 것은 임금체계의 개편이다. 그런데 ‘그래서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의 질문에 답해 주는 기사가 없다. 최저임금 문제는 단순하게 찬반을 나눠서는 안 된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사설을 공감하며 읽었다.

이재경

우리 정치는 좀 바뀌어야 한다. 기자가 정치인을 따라 다니면 절대 안 바뀐다. 그들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와야 된다.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면 다른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 이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 과정에서 전 당원 투표란 걸 했다. 전 당원이 누군지 소개한 언론이 없다. 몇 퍼센트(%)로 통과했다는 기사만 나온다. 투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국민의당 전 당원 중에 호남인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정치인 유승민과 안철수의 움직임에만 관심이 가 있다. 빨리 이런 주객을 바꿔야 한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치고 나가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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