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8.06.09 15:58
수정 : 2018.06.09 17:24

[뒤끝뉴스] “BTS 노래 절대 틀 일 없단 저주 깨고”

한국 언론 첫 인터뷰... 미국 ‘@BTSx50States’ 운영자의 칠전팔기

등록 : 2018.06.09 15:58
수정 : 2018.06.09 17:24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정상을 밟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미국 팬들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현지 팬들의 공이 컸습니다. 미국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는 50개 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방탄소년단 노래 선곡을 신청하는 ‘@BTSx50States’ 프로젝트를 진행, 방탄소년단 음악이 현지에 소개되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의 지표를 알려주는 빌보드 ‘핫100’엔 라디오 방송 횟수 점수 비중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아미는 왜 방탄소년단의 라디오 홍보를 진행했고, 과정은 어땠을까요? 지금까지 여러 한국 가수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방탄소년단처럼 현지 팬덤이 나서 성과를 내기는 처음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해외 아미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높죠.

8일 이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발신자는 ‘@BTSx50States’ 였습니다. ‘BTS로 영어 밖 세상 눈 떴다”... 美 ‘아미’의 세계’ 취재를 위해 지난 2일 ‘BTS Mid-Atlantic’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계정으로 보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엿새 만의 회신이었죠.

발신자는 자신을 ‘@BTSx50States’ 운영자 중 한 명이라 소개한 티아라씨였습니다. ‘@BTSx50States’ 홍보팀과 논의를 거쳐 취재에 응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들이 한국 매체와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입니다. 이들의 답변이 늦어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미국 아미의 방탄소년단 홍보기를 소개합니다. 티아라씨의 답변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싣습니다.

방탄소년단 미국 팬들(‘@BTSx50States’ )이 모여 진행한 라디오 방송 신곡 요청 안내문.

“방탄소년단 미국에서 더 친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

안녕하세요, ‘@BTSx50States’ 운영자 중 한 명인 티아라입니다.

방탄소년단 노래 라디오 선곡 신청 운동은 201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피 땀 눈물’이 나왔을 때였죠. 당시엔 미국 언론도 방탄소년단을 거의 몰랐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기도 물론 매우 어려웠죠. 그래서 ‘@BTSx50States’를 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을 미국에 좀 더 노출하고 싶어서였죠.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일상용어처럼 친숙하게 불리고 알려질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게 바람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움직인 건 지난해 9월부터였습니다. 방탄소년단 2집 ‘러브 유어 셀프 승 허’ 타이틀곡 ‘DNA’ 라디오 노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미국 라디오 방송 선곡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노래를 선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오래 걸려 악명이 높죠. 선곡 요청이 들어와도 라디오 방송 DJ들이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몇 달이 걸리니까요. 그래서 ‘@BTSx50States’ 멤버들이 더 자주 선곡을 요청했습니다.

처음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미국 라디오 방송에선 영어나 스페인어가 아닌 노래는 거의 틀어주지 않습니다. 청취자 대부분이 영어나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니까요. 80명이 넘는 관리자가 중ㆍ동ㆍ서부 여러 지역의 ‘@BTSx50States’ 계정을 관리하며 방탄소년단 노래가 미국에 울려 퍼지기까지 역경이란 역경은 다 경험한 것 같습니다. 더는 노래 신청하지 말라며 어떤 라디오 방송국에선 선곡 신청 차단까지 했습니다. 미국 라디오에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저주까지 들었죠.

방탄소년단 미국 라디오 방송 선곡 요청 운동을 주도한 ‘@BTSx50States’ 소개글.

“다양한 인종 포용할 수 있는 그룹으로 어필… ‘테스트런(시험방송)’거쳐 방송 잦아져”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우린 계속 라디오 방송을 두드렸습니다. 힘들지만 이 길이 방탄소년단의 미국 주류 시장 진입을 도울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 지속해서 선곡 요청을 했습니다.

단순히 요청에서 끝나지 않고 라디오 DJ들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외모만 훌륭한 흔한 보이밴드가 아니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아티스트라는 걸 어필했죠. 방탄소년단이 미국의 다양한 인종을 포용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얘기도 함께요.

처음엔 많은 라디오 방송 DJ들이 방탄소년단 노래 선곡을 주저했으나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테스트 런(Test Run)’으로 방탄소년단 노래를 틀기 시작하더군요. 테스트 런이 뭐냐고요? 라디오 방송 DJ들이 새로운 노래를 틀 때 청취자의 반응을 살피는 걸 말합니다. 일종의 시험 방송이죠. 미국의 라디오 방송 ‘B985’에선 ’뉴앳2(Newat2)’란 코너가 있습니다. 오후 2시에 신곡을 틀고 이 때 청취자의 반응을 살피죠. 여기서 곡의 반응이 좋으면 추후 다른 프로그램에 넣거나 더 자주 소개하죠. 라디오 방송사마다 청취자의 반응을 살피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이 테스트 런 때 우린 라디오 방송사에 전화를 걸고 SNS로 글을 보내는 식으로 호응했죠. 라디오 DJ들이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 방송 DJ들이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음악을 알아갈수록 음악은 더 자주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죠.

방탄소년단 선곡 요청 운동을 시작한 뒤 방탄소년단 노래가 미국 라디오에 처음 전파를 탔을 때를 지난해 8월로 기억합니다. (북미 최대 라디오 방송 아이하트의) ‘WiLD 94.9’가 일주일에 세 번이나 방탄소년단 노래를 틀어줬습니다. 8월22일 ‘낫 투데이’를 시작으로 이틀 뒤인 24일엔 ‘파이어’를, 하루 뒤인 25일 ‘피 땀 눈물’을 이어 내보냈죠. 그 이후 수백 개의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쉴 틈 없이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흘렀습니다. 물론 방탄소년단 신작이자 3집인 ‘러브 유어 셀프 전 티어’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도 라디오 선곡 요청도 계속 했고요.

방탄소년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느리지만 분명히 미국이 변하고 있다는 거예요. 영어로 된 노래가 아닌 음악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푸에르토리코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2017) 같은 노래의 성공이 미국인들에게 영어가 아닌 노래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기 시작했으니까요.

솔직히 아직도 방탄소년단의 신작 컴백 때마다 홍보에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잘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이벤트든 계속하려 합니다. 방탄소년단을 잠재력과 재능을 알아 본 라디오 방송사를 찾았고, 수많은 인내로 결실을 보았으니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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