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재호 기자

등록 : 2017.03.21 04:40

“안철수 진심은 통한다” 5년 공들인 정책으로 승부

[대선 캠프를 가다] 국민의당 안철수

등록 : 2017.03.21 04:40

수년간 정책 구성에 직접 참여

작년부터 공약 형태로 다듬어

“거짓 없는 정책만이 통한다”

수치 하나 놓고도 끝장 토론

“보수ㆍ진보 아우를 인재 곧 영입”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7일 서울 역삼동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진행된 창업 정책 발표 과정에서 터치스크린을 직접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국민캠프가 자리잡은 여의도 국회 앞 산정빌딩 10층. 다른 대선 주자 캠프에 비해 협소한 공간이지만 안 전 대표의 정책이 오롯하게 생산되는 산실이다.

지난 3일 찾은 캠프에서는 7일 과학기술ㆍ창업혁명 정책 발표를 두고 브레인스토밍이 한창이었다. 김도식 보좌관이 수장인 일정팀은 “현장에 터치스크린을 설치할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직접 스크린을 손으로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채이배 의원의 정책팀은 “우리가 준비한 많은 고민들을 원고 형태로 준비해 발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켜보던 안 전 대표는 일정팀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를 안 봐도, 이미 정책 내용은 머리 속에 다 있다”고 자신했던 안 전 대표는 발표 당일 노타이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원고 없이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막힘 없이 발표를 마쳤다.

안 전 대표의 국민캠프는 내부적으로 ‘국민들이 미래를 보기 시작하면 안철수의 시간이 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국민캠프는 2012년 안 전 대표의 진심캠프를 그대로 계승 발전했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에서는 강점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안 전 대표가 있다.

“안철수 색깔 아닌 정책은 없다”

2012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준 이후 안 전 대표는 정치적 메시지보다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산하의 안보ㆍ경제 등 10개 포럼 등을 통해 반전을 위한 정책 내공을 갈고 닦았다. 모호한 이미지보다 철저한 준비과정을 중시 하는 이공계 출신의 안 전 대표 성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5년 동안 각 포럼의 회의에 참석해 초기 정책 구성 과정부터 함께 했다. 국민캠프는 5년 성과물을 지난해 연말부터 공약 형태로 다듬기 시작했다고 한다. 통상 한 정책 당 20~30개의 아이템을 놓고, 안 전 대표와 각 정책 관련 교수들, 실무자들이 4주 정도 토론한 뒤 최종본을 내놓는 형태다.

최종본과 발표문 사이에는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신념이 최종 추가된다.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발표한 여성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노동ㆍ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최영기 한림대 교수 등이 당일 오전 최종 점검 회의에서 “‘내각 남녀동수’ 공약을 타 후보들처럼 대표로 가자”고 주장했지만 안 전 대표는 “임기 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결국 안 전 대표는 토의 끝에 OECD 평균을 조금 넘어서는 ‘30% 여성 내각 구성’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캠프 관계자는 “’거짓 없는 정책만이 국민들에게 통한다’는 안 전 대표의 신념 때문에 수치 하나를 두고 끝장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지지율 상승도 토론회 등에서 나타난 안 전 대표의 진심과 준비성이 투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국민캠프의 정책 지향적 운용은 조직 구조와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캠프는 최경환 경선본부장 아래 국민참여ㆍ미래기획ㆍ국민소통ㆍ국민정책본부 등 4본부 체제로 조촐하게 구성됐다. 본부 밑에는 표철수 소통자문단장과 김중로 특보단장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총 캠프 인원은 70~80명 선이다. 진심캠프 인원이 120명을 넘었던 것에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야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박인복 소통실장ㆍ정기남 정무특보 등 진심캠프 원년 멤버들과 국민의당 창당부터 현재까지 안 전 대표를 지지해온 당 초선 의원들의 충성도 측면에선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전략과 인재영입 부재는 과제

선거캠프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진급 좌장과 전략본부의 부재는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캠프는 야권 후보 캠프 중 유일하게 초선 의원들이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캠프는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재선의 ‘선거통’ 박선숙 의원의 중용을 고려하고 있으나, 여론 악화를 우려해 캠프 전면까지 내세우진 못하고 있다. ‘정책 및 전략통’인 재선의 김성식 의원도 당직을 맡고 있어 일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당 경선이 끝나면 중진급 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될 것”이라며 “경선 단계까진 정책에 집중하고, 각 당 후보가 결정되면 그때 당의 유능한 인재를 모아 전략본부를 구성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과 지키기에 소극적인 안 전 대표의 정치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유독 안 전 대표와 함께 일했던 유력 인사들의 이탈이 많고, 이를 상쇄할 대중적 영입카드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김효석 전 의원, 진심캠프에서 각각 후보단일화 협상팀장과 정치혁신포럼 대표를 맡았던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최근 문 전 대표 측에 합류하자 캠프 내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경록 캠프 수석대변인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인재 영입 발표로 곧 분위기를 반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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