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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폐쇄 따른 전기료 인상 없어…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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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폐쇄 따른 전기료 인상 없어…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 흐름”

입력
2018.07.06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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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재생에너지↑ 추세 

 세계 설비투자 원전은 6% 불과 

 한국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뿐 

 

 전기요금 인상 논란은 

 2022년까지는 요금 인상 없고 

 2030년엔 연평균 1.3% 수준 그쳐 

 

 원전 축소하면서 수출 모순? 

 새로 안 짓더라도 가동은 계속 

 산업 생태계 유지는 필수적 

 

 에너지 전환 정책 연착륙하려면 

 재생에너지가 절대 善은 아냐 

 체질 강화한 원전이 가교 역할 

 정부, 지자체ㆍ주민과 계속 소통을 

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선언 1년과 과제’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영오(왼쪽부터) 한국일보 산업부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부사장이 참여했다. 서재훈 기자
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선언 1년과 과제’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영오(왼쪽부터) 한국일보 산업부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부사장이 참여했다. 서재훈 기자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본격 추진한 지 1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전기료 상승ㆍ원자력발전 산업 경쟁력 후퇴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을 위해 한국일보는 4일 관련 정책 담당자ㆍ전문가들과 함께 ‘에너지 전환 선언 1년과 과제’라는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부사장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대 의견을 경청해 반영해야겠지만, 발전에서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며 소모적인 논란으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에너지전환 방향에 대해 말한 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한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 평가한다면.

문신학=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일부에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급진적이라고 지적하는데, 2023년까지 오히려 원전 5기가 늘어난다. 또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에너지 전환 속도ㆍ폭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달 원전 감축에 따른 지역ㆍ산업ㆍ인력 보완대책도 발표하는 등 지역ㆍ전문가와 협의해 계속 정책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국가가 재생에너지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고,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 전환 1년을 기점으로 소모적 논쟁을 그치고 힘을 모았으면 한다.

이헌석=에너지 전환의 첫걸음을 뗀 건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너무 느리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고, 원전 수출도 힘쓰고 있다. 원전을 줄인다곤 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은 여전히 원전과 석탄발전이 기저 전력을 담당하는 구조로 돼 있다. 과연 정부가 얼마나 힘있게 계속 추진해나갈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

백흥기=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도 강하고, 국민적 관심도 높다. 원전 폐쇄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을 보완ㆍ수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 국민들에게 에너지 전환 정책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회=원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세계적인 추세로 볼 수 있나.

문신학=2015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68.6%다. 원전은 5%, 나머지 26.4%는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에선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이 더 높다. 에너지 전환은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헌석=정부 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사회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백흥기=미국ㆍ영국 등에선 건설ㆍ운영ㆍ정비 등을 모두 고려한 풍력발전의 수명주기발전단가(LCOE)가 이미 원전보다 저렴하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이 점차 발달하면서 발전단가는 계속 낮아질 것이다. 그 속도에 따라 원전이 재생에너지로 급격히 대체될 수 있다.

사회=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떻다고 생각하나.

이헌석=체르노빌과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있었지만 그때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도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방사능을 측정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그리고 미니 태양광 발전소를 자기 집에 설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고, 정부 정책에도 속속 반영될 것으로 본다.

백흥기=원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들과 대화ㆍ토론을 통해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멍석이 깔린 것이다. 굉장히 좋은 현상이다.

사회=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문신학=지난 1년간 논란이 됐던 핵심 내용이 바로 전기요금 인상이다. 그러나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 신한울 1ㆍ2호기와 신고리 5ㆍ6호기 등 계획된 신규 원전과 석탄 화력 7기가 준공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범위를 늘려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지난해 대비 10.9% 수준이다. 연평균 1.3%다. 연료비와 물가요인을 뺀 과거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13.9%)보다도 낮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2030년까지 20%로 늘고 발전원가가 35.5% 하락할 것을 전제로 한 예측 결과다. 미국ㆍ유럽 등에선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과 비슷하거나 싸기 때문에 이를 고려했다. 그리고 향후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요금 조정 계획은 에너지 전환 정책과 별도로 국정과제를 만들 때 이미 들어가 있던 부분이다.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로 잡는 게 목적으로,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

백흥기=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변함없이 추진되면 2030년 6조6,000억원의 추가 발전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가구당 월평균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2030년 전기요금은 지난해 가구당 전기요금(4만6,794원)에서 5,572원(11.9%) 오르게 된다. 이 정도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이헌석=일부 산업계ㆍ언론이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런 과도한 우려가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는 게 필요하다.

전휘수=올바른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간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원전 전문가들이 사회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사회적 비용 규모가 정해진다.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사회적 비용ㆍ편익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

사회=원전을 축소한다면서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는 게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 황폐화와 원전 기술도 사장될 거란 우려도 있다.

전휘수=신규 원전은 안 짓지만 가동을 앞으로 수십 년 이상 해야 한다.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는 필수적이다. 원전 수출에서도 원전 부품 공급망 등 산업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어야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문신학=우선 전제가 틀렸다.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 게 아니다. 국내에선 2023년까지 원전 5기가 늘어나고,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원전 신규 건설 안 하는데 원전 수출경쟁력이 있겠느냐고 하는 논리라면, 미국은 원전 산업계에서 도태됐어야 했다. 미국은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자국에서 원전을 새로 짓지 않았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를 중심으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원전을 수출해왔다. 원전 수출은 수주국의 상황보단 발주국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발주국이 경제성ㆍ안전성ㆍ기술력을 어떻게 볼지 문제다. 사우디 원전 수출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한수원, 한전이 한 팀이 돼 면밀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미국ㆍUAE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다른 국가들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도 대비해나가겠다.

사회=원전 해체 산업을 키우는 게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텐데.

전휘수=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00기 원전 폐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원전 해체 시장도 상당히 활성화할 것이다. 현재 원전 해체에 필요한 세부기술 58개 가운데 17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 기술을 고리 1호기 해체 이전에 개발할 계획이다. 다만 원전 산업은 원전 설계부터 건설, 공정관리 등으로 원전 해체 산업과는 다른 분야다. 원전 해체 산업이 원전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독자적으로 발전돼야 한다. 가동 원전의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백흥기=세계적으로 가동 연수가 30년 이상 된 원전이 전체의 51%에 육박한다. 본격적인 노후화되면서 향후 2110년까지 약 368조, 연평균 3조9,000억원의 원전 해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부작용 해소 측면이라기보단, 신산업 발굴 차원에서 해체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조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헌석=원전 해체산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전은 건설 기간보다 해체 기간이 더 길다.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이 나온다. 해체 과정에서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체 인력의 방사선 피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기술 개발, 해체 비용 준비와 함께 해제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해 국내 대학의 원자력공학과가 존폐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신학=2023년까지 원전이 오히려 늘고 에너지전환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전 인력 수요가 급격히 줄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거 같다. 한수원과 협력해 원자력 전공자 신규 채용 비중을 올해 13% 수준에서 30%(향후 5년 평균)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수원을 시작으로 원전 관련 공공기관에도 원자력 전공자 채용 비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헌석=원자력공학 전공자들이 “원전 산업이 죽어간다, 큰일 났다”고 걱정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돼도 원전은 여전히 수십년 간 운용되고, 폐기물 처리, 원전 해체 등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급격한 인력 감축이 불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라도 급격히 축소될 수 없다. 이런 사실이 제대로 전달 안 되다 보니 당장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사회=신규원전 건설계획 취소, 가동 원전의 순차적 수명 만료 등이 이행되면 원전 지원금을 받는 지역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신학=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해 예정구역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느꼈을 불편함 등에 대해 정부ㆍ한수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또한 원전 소재 지자체에서 희망하는 사업이 있으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돕겠다.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면 산업부가 창구 역할을 하겠다.

전휘수=원전 소재 지역에 대한 지원은 그간 사회간접자본(SOC)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지원이라기보단, 지자체 예산으로도 할 수 있었던 사업이 재원만 바뀌어 진행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역 지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주민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등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고 본다. 정부가 최근 원전 소재 지자체 지원 대책도 내놨지만 이번을 계기로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사회=에너지전환 정책이 연착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문신학=에너지전환 1년을 맞아 지금부터는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고민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전문가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보완대책을 계속 마련하겠다.

전휘수=재생에너지가 확대ㆍ정착하기 전까지 원전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용률을 낮춘 원전 정비를 조속히 마무리해 연말에는 원전 이용률을 70~80%까지 높이겠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원전 산업계가 체질을 강화해 재생에너지가 자리 잡을 때까지 원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

백흥기=에너지 전환이 사회의 주요 의제로 오를 수 있는 건 한국 사회가 그만큼 먹고살 만해져서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건 문제다. 신성장동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전략적으로 키워볼 필요가 있다.

이헌석=재생에너지가 절대 선(善)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되, 재생에너지가 지역사회 여건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 대책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만 많이 짓는다고 하면 환경파괴 등 분명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사회=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ankookilbo.com

정리=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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