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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유럽의 전형적 보혁연대 대결…중도좌파 4년만에 재집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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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유럽의 전형적 보혁연대 대결…중도좌파 4년만에 재집권하나

입력
2017.08.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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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다른 국가들

사회민주주의정당 추락

극우민주주의 약진 불구

전통적 좌우대결 양상 유지

고용률 하락ㆍ유가 하락 위기

집권 중도우파연합 고전

국부펀드ㆍ부유세 논쟁 속

노동당 등 지지율 50% 육박

노르웨이 노동당 대표 요나스 가르 스퇴레. EPA 연합뉴스
노르웨이 노동당 대표 요나스 가르 스퇴레. EPA 연합뉴스

“유럽의 전형적인(classic) ‘연합 간 대결’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주목할 2017년 유럽 선거’라는 기사에서 당시 기준으로는 9개월 후인 다음달 11일 열리는 노르웨이 총선을 이렇게 규정했다. 2000년대 들어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끝없는 추락, 반(反)이민ㆍ자국민 우선주의 등을 내세운 극우민족주의 정당들의 약진 등으로 정치지형의 격변을 겪고 있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노르웨이에선 진보정당들과 보수정당들이 각각 연대를 이뤄 맞붙는 기존의 유럽식 선거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중도좌파 연합(노동당ㆍ사회주의 좌파당ㆍ중도당)과 중도우파 연합(보수당ㆍ전진당ㆍ기독민주당ㆍ자유당)의 대결 자체는 2013년 9월이나 이번 총선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개별 정당들마다 크고 작은 지지율 변화는 있을지언정, 전통적인 ‘진보 대 보수’ 구도를 허물어뜨릴 만한 제3의 정치세력도 떠오르지 않았고 각 연합의 구성 자체가 바뀌는 일도 없었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대연정을 이루거나(독일), 기존의 거대 좌우정당이 아닌 신흥 정당이 권력을 잡는(프랑스) 식의 정치적 지각변동은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달라진 게 있다면 4년 전 집권여당이었던 노동당이 이제는 도전자 처지가 됐다는 점 정도다. 결국 중도우파 연합의 정권 유지냐, 중도좌파 연합의 정권 탈환이냐가 이번 노르웨이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반세기 집권 중도좌파, 4년 전 충격패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서쪽에 위치한 노르웨이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총선을 실시, 의회 의석 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정치세력에서 총리를 선출토록 해 국정을 맡기고 있다. 총선 주기의 가운데 해에 지방자치 선거도 치러진다. 원래 북해 유전 개발 전인 1970년까지는 그다지 부유한 나라가 아니었으나, 1975년 산유국 대열에 진입한 이후로는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탓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富國)이 됐다.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보장 제도도 매우 발달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에 단골로 뽑히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탓에 1906년 창당한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192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1당 자리를 뺏긴 적이 없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2013년까지 68년간, 중도보수 연합이 간혹 집권에 성공하긴 했지만 모두 합해 봐야 19년 정도에 불과했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노동당은 집권여당이었던 셈인데, 심지어 사회주의 좌파당ㆍ중도당과의 연정 8년(2005~2013년)을 제외한 나머지 40여년가량은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총선은 노동당에 매우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중도우파 연합이 전체 의석(169석) 절반을 훨씬 넘는 96석을 얻어 고작 73석에 그친 중도좌파 연합에 대승을 거둔 것이다. 물론 이 때에도 노동당의 의석은 보수당(48석)보다 많은 55석이어서 개별 정당 기준으로는 제1당 자리를 유지하긴 했지만 집권에 실패한 이상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더구나 2009년 총선 때(64석)보다 9석이나 줄어든 것이고, 이는 노동당이 처음 정권을 잡았던 1936년 이래 2001년(43석)을 제외하고는 최악의 성적표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올해 초부터 요나스 가르 스퇴레(57) 노동당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의 지지율은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도우파 연합은 40%대 초반에 머물러 보수당 소속 에르나 솔베르그(56) 현 총리는 4년 만에 총리직을 스퇴레 대표에게 넘겨줘야 할 공산이 크다.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2013년 정부 출범 당시 69%였던 고용률도 현재 67%로 떨어졌다”며 “2014년 초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폭락해 노르웨이의 주요 산업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현 총리. AP 연합뉴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현 총리. AP 연합뉴스

국부펀드ㆍ부유세 등 세금문제가 최대 쟁점

스퇴레 대표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굳히기’ 태세에 들어가려는 모양새다. 최근 영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부유층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국부펀드에서 돈을 빼내 재정을 충당하는 식의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에 우익 포퓰리즘 정당(전진당)을 들여 놓은 결과”라고 일갈한 것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8조 노르웨이크로네(9,550억달러ㆍ한화 1,13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솔베르그 총리도 “재선될 경우 (조세)개혁은 계속하겠지만, 감세 대상 확대는 제한적이 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부유세 문제도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프랑스와 스위스, 스페인처럼 노르웨이는 145만 크로네(약 2억원) 초과 자산에 대해 별도 세금을 부유하는 부유세 제도를 시행 중인데, 현 정부 들어 세율이 1%대에서 0.85%로 인하됐다. 노동당은 이를 1.2%로 인상하려 하는 반면, 집권 연정은 오히려 아예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다만 역풍 조짐이 일자 “서민들에 대한 감세부터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런 가운데 경영자 단체인 노르웨이경제인연합회(NHO)가 최근 “기업주 60%는 부유세가 없다면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반면 노동당에선 “더 많은 세금으로 지탱하는 더 강한 사회가 기업에도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트룰스 위콜름 노동당 의원)고 반박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양쪽의 지지율 격차가 올해 들어 최소치(3.4%)로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번 노르웨이 총선이 4년 간 절치부심한 좌파의 부활로 이어질지, 현 집권세력인 우파의 막판 뒤집기로 귀결될지 결과는 한 달 후 나올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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