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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나는 항상 실패한다

입력
2016.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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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나와 있습니다. 나는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닙니다. 이것이 내가 내게서 0.01초라도 벗어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항상은 강력한 동력이며 결속력입니다. 항상은 움직임인 동시에 멈춤입니다. 나와 있으려는 움직임과 나와 있음의 멈춤을 나는 계속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참 많습니다. 나는 흘러넘치는 선물이고 거리 곳곳을 옮겨 다니는 식물입니다. 더 많은 색깔이 필요하고 더 많은 삭제가 필요합니다. 무한인 동시에 거의 없음의 방향입니다. 항상 서 있음은 거의 죽어 있음. 영혼을 돌로 눌러놓으려는 항상과 달아나려는 실패 사이, 그 0.01초의 움직임을 나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0.001초의 차이로 신기록이 세워지고 승패가 갈립니다. 인간의 한계를 다시 갱신하는 순간. 올림픽 중계를 보며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와 내가 있는 것을 실패하는, 즉 그 불가능의 순간을 목격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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