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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배려없는 4차 산업혁명은 재앙이다.

입력
2017.09.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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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무시하고 편견으로 대하는 그 사람도, 떠올리면 가슴 시린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다. 지금 당신이 홀대하며 편견으로 대하는 그 사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다. 우리가 가벼이 여기고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부모가 또는 우리 자식이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무시 당하고 홀대 받았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고 두고 상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누군가를 무시하고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소개되는 직장 내 부하 직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 청소년과 지체장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을 보는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 아니 조금의 손해라도 보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겸손한 태도로 누군가를 배려하는 순간 업신여김을 당하고 손해를 보기 일쑤인데도 이유가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희생은 간혹 회자되는 흔하지 않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우리는 부끄러움을 잊은 지 오래다. 잔혹한 청소년 폭행 사고의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가해자들과 시민들에 의해 폭행 사고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자녀의 인권을 운운하는 가해자 부모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현실을 개탄하고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한다.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세 마디에만 인색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의 반은 줄어들지 않을까? 문을 열고 들어 갈 때 수고스럽지만 뒤에 오는 이를 위해 문을 잡아주자.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문을 잡아 주었을 때, 문에 손도 대지 않고 몸만 빠져나가는 얌체 짓 하지 말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자.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배려와 예절을 어린 자녀들에게 가르치자.

타인의 이익은 아무런 부끄럼 없이 침해하면서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되면 우리는 참지 못한다.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그 무엇인가를 걷어내고자 한다. 강서구에 계획 중인 장애인의 교육을 위한 특수 학교 건립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사회의 정의와 약자를 위한 복지 확대를 외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다. 온라인에 남겨진 누군가의 글 한 줄이라도 자신과 이해 관계를 달리하면 우리는 맹수가 되어 그 글을 남긴 누군가를 사정없이 물어 뜯어 버린다. 정말 무서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 많은 갈등은 우리가 대하는 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더 부끄러운 것은 상대의 행색이 초라해 보일 때 상대를 더욱 가벼이 여긴다는 것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4차 산업혁명, 배려 없고 이기적인 4차 산업혁명은 재앙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사회의 많은 영역이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를 배려하는 이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다가올 공유경제 시대에는 호혜원칙을 기반으로 시장 구성원들이 잉여 자원을 공유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공유경제 시대의 화폐는 평판과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때 싹 틀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가벼이 여기게 될 때, 애써 부모님과 자식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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