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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가 富 66% 보유… '돈이 돈 버는 세상'

입력
2015.10.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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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아파트촌 모습. 한 채에 수억~수십억짜리 집이 빼곡하지만, 보유한 자산이 채 900만이 안 되는 사람이 전체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촌 모습. 한 채에 수억~수십억짜리 집이 빼곡하지만, 보유한 자산이 채 900만이 안 되는 사람이 전체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4억원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자산 순위로 몇 퍼센트에 해당될까. 4억원으로는 요즘 서울 어지간한 지역에서 소형 아파트 한 채 사기도 쉽지 않고, 강남권에선 전세금으로도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하지만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빚을 제외한 순자산이 4억원이라면 상위 5% 안에 너끈히 들어간다.

그런데 이 보다 높은 순위에 진입하는 건 간단치가 않다.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자산이 이보다 2.5배나 더 많은 10억원은 있어야 되고, 또 0.5%에 진입하려면 16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소수의 자산가들이 대부분의 부(富)를 독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이런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를 크게 능가한다.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한 부의 불평등

29일 김 교수가 공개한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상속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에 따르면, 2010~2013년 기준으로 자산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은 전체의 25.9%, 자산 상위 10%가 가진 자산은 6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의 집중도는 2000~2007년 기간에 비해 각각 1.7%포인트, 2.8%포인트 높아졌다.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얘기다.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1.7%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31일 전국 역사학대회에서 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그룹을 구분 짓는 경계 자산(커트라인)의 경우, 최상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는 자산 8억6,200만원이면 상위 0.5%에 들었지만, 2013년에는 자산이 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16억3,400만원이 돼야 0.5% 안에 들 수 있었다. 반면 상위 1% 경계자산은 이 기간 6억4,900만원에서 9억9,100만원으로, 상위 5%는 2억7,4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비교적 완만히 높아졌다. 상위 소수그룹에 부가 점점 더 많이 쏠리고 있다는 또다른 분석 결과다.

이 같은 자산 집중도는 소득 집중도(전체 소득에서 소득 상위그룹이 거두는 소득의 비율)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10~2012년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12.1%를, 소득 상위 10%는 44.1%를 차지했다.

피케티 이론과 일맥상통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상속세 자료를 통해 자산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사망신고가 들어오면 국세청은 관련 부동산ㆍ금융정보를 이용해 사망자 재산을 파악하는데, 이를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 자산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개인 기준으로 부의 집중도가 파악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의 부의 집중도는 영미 국가보다는 낮지만 프랑스 등 유럽 대륙국가에 비해서는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존의 연구에서 도출되었던 자산 불평등 정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기존 조사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조사는 설문조사 방식이어서 전체 금융자산의 절반밖에 드러내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개 회원국의 2013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가구의 상위 10%가 부의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위 10%가 66%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번 결과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 결과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이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아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한다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그나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지 않던 시점을 들여다 본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수록 상속이나 부의 이전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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