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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개관 연주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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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개관 연주회 가보니…

입력
2016.08.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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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19일 저녁 열린 롯데콘서트홀 개관 연주회는 개관이란 말이 무안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참하고 리셉션 등 의례적인 행사조차 생략된 채 진행된 소박한 연주회였지만, 프로그래밍과 음향 등 공연 자체의 질적 측면은 국내 최고 수준임은 여실히 증명했다.

로비는 연주회 한 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북적였다. 롯데그룹에서는 신격호 회장 부인 하츠코 여사,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를 비롯해 롯데 계열사 일부 임원만 참석한 반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비롯해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 공연계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반 관객과 공연계 인사들로 꽉 찬 로비 풍경에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개관 공연보다는 유명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같다”라는 말이 나왔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8개월만의 협연, 서울시향 상주 작곡가인 진은숙의 신작 발표 등 시향 관련 이슈가 부각된 점도 이런 분위기를 북돋웠다. 별도 안내 멘트 없이 시작된 이날 연주회는 첫 곡인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연주 중 합창석 뒤쪽 연주자가 힘차게 팡파르 부르는 풍경만이 소박하게나마 개막식 분위기를 만들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개막 연주회의 가장 큰 수확은 10여 차례 시범 리허설 기간 동인 꾸준히 지적된 ‘지나치게 긴 잔향(음원 진동이 그친 후에도 음이 계속 들리는 현상)’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이다. 시범 리허설 기간 측정된 콘서트홀의 잔향은 2.6~3.1초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초보다 긴 편. 풍부하고 따뜻한 음색을 가졌지만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나 합창은 ‘돌림 노래’로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날은 꽉 찬 객석, 단 간격을 정교하게 계산해 배치한 무대리프트 등으로 오케스트라, 합창단 총 179명이 참여한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도 명징하게 표현됐다. 객석 중 반사판에서 떨어진 소리가 가장 빨리 닿아 음색이 풍부하면서도 소리 뭉침 현상도 가장 심하다는 4번째 블록(B구역 21열)에서 감상한 결과 무대 양 측에 한 대씩 설치한 타악기 튜블러 벨의 원근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롯데콘서트홀이 위촉한 40분짜리 대곡인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여러 가지 길이의 금속 원통 관을 매달아놓고 두드리는 타악기 튜블러 벨, 건반으로 철제 울림판을 때려 연주하는 건반악기 첼레스타, 하프와 오르간을 통해 우주의 소리를 물리적으로 구현해내는 듯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소네트 등 세계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이어 가사를 만들었다.

곡이 끝나자 박수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정 전 감독과 진 작곡가, 구천 국립합창단 지휘자, 황지희 국립합창단 보이스콰이어 지휘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6차례 커튼콜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진 작곡가는 눈물을 훔치며 “지휘자선생님과 연주자들이 연주를 너무 잘 해주셨고 롯데콘서트홀의 개관공연을 잘 마치게 되어 벅차다”고 말했다. ‘현대음악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신곡에 일반 관객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시간 기립박수를 친 관객 박전경(72), 강영순(70) 씨는 “제목만 듣고 막연하게 어려운 거라 생각했는데 우주의 기원과 탄생을 음악으로 표현하다니 너무나 경이롭다. 상상만 하던 일이 현실로 이뤄진 느낌이다”라며 “이런 작곡가가 한국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관악 연주가 인상적이고, 연주홀 음향도 좋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에서 교향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세계 초연 후 정명훈(왼쪽부터) 지휘자, 진은숙 작곡가, 황지희 소년합창단 지휘자,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에서 교향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세계 초연 후 정명훈(왼쪽부터) 지휘자, 진은숙 작곡가, 황지희 소년합창단 지휘자,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2부 생상스 교향곡 3번 연주에서는 신동일 연세대 교수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4,958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웅장한 소리가 한층 빛을 발했다. 수차례 커튼콜 뒤에 앙코르곡으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 비제 ‘카르멘’ 서곡이 차례로 연주됐다. 정명훈 전 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은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인과 팬들이 기다려온 콘서트홀이다. 이런 중요한 공연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관객들은 서울에 새로 들어선 클래식 전용홀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 어머니와 공연을 보러 왔다는 직장인 박건민(27)씨는 “클래식 연주회를 좋아해 개막공연 티켓 오픈 때 바로 예매했고,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수시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며 기다려왔다”며 “평소 롯데월드몰을 자주 이용해 콘서트홀 찾기가 어렵지 않았고, 주변 이용시설도 마음에 든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는 유웅재(27), 김민석(24)씨는 “진은숙 선생의 신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가 세계 초연돼 그 곡을 듣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 롯데콘서트홀 음색이 풍부하고 깊이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에서 정명훈 지휘자가 객석에서 앙코르 곡 헝가리안 무곡 연주를 듣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연주회에서 정명훈 지휘자가 객석에서 앙코르 곡 헝가리안 무곡 연주를 듣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롯데콘서트홀은 당초 18일 각계 저명인사와 임직원을 초청해 공식 개관행사, 개막 연주회를 성대하게 열 계획이었으나 그룹 검찰 수사와 개관이 맞물리며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18일 공연과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한 19일 일반 관객 대상 연주회를 개막 공연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개관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료객석 점유율이 83%(1,487명. 초청 305명)에 달했다. 실황은 클래식 FM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됐고, 온라인으로 16,081명이 지켜봤다.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생상스 교향곡 3번 실황과 앞서 진행한 리허설은 세계적인 클래식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음반으로 발매된다. 롯데콘서트홀은 25, 27일 임헌정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천인교향곡’으로 불리는 말러 교향곡 8번을 연주하는 등 개관 페스티벌 공연을 이어간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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