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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통 5번 이상 생기면 만성편두통 위험 5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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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통 5번 이상 생기면 만성편두통 위험 5배 높아”

입력
2016.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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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전 국민의 6%가 앓을 정도로 '국민병'이지만 진통제 한 알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벼운 인식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는 사람이 20%도 되지 않는다. 대한두통학회 제공
편두통은 전 국민의 6%가 앓을 정도로 '국민병'이지만 진통제 한 알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벼운 인식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는 사람이 20%도 되지 않는다. 대한두통학회 제공
편두통. 대한두통학회 제공
편두통. 대한두통학회 제공

반 고흐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그에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림 속 별빛이 편두통 조짐 증상 중 번쩍거리는 시각 증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피카소도 남다른 화풍 탓에 편두통 환자라는 주장이 나왔다. 분할된 표현기법이 사물이 쪼개져 보이는 것 같은 편두통 증상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편두통 때문에 명작이 탄생한 것은 예외적이고, 실제 환자는 막심한 고통뿐만 아니라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편두통은 사회경제적, 정신적,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는 뇌의 병이다. 유병기간이 길고 질병 경과가 다양해 전문가가 아니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편두통은 반복적인 두통과 동반 증상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어른은 메슥거림, 식욕부진, 구토 등이 동반되며 어린이는 주기적인 구토증후군, 배 전체가 쥐어짜듯이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 회장(을지병원 신경과 교수)은 “편두통은 성인 인구의 6%정도가 앓을 정도이지만 방치돼 편두통으로 인한 치료부담이 당뇨병보다 앞선다”며 “편두통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잘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두통 환자 261만명…치료는 20%도 안돼”

지난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50만5,000여명으로 2010년(47만9,000여명)보다 5.3%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러나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집단을 기준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유병률은 성인 인구의 6%라 국내 성인 편두통 환자는 26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심평원 발표 수치는 실제 편두통 환자의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두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만성두통 환자 가운데 두통 경험 후 3개월 이내 병원을 찾은 사람은 23.2%에 불과하며, 3년 이후에 내원한 환자는 36.6%나 된다. 이처럼 편두통은 환자가 두통 심각성을 인식하고 병원을 찾기까지 무척 오래 걸린다. 이는 진통제 한 알, 대증요법으로 두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즉, 두통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두통은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편두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고통이 심하다. 한 번 시작되면 짧게는 4시간 길게는 72시간 두통이 이어진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흥분이 전달되는 중추성 감작, 즉 피부 통증, 피부 이상감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살을 만지기만 해도 아픈 것이다. 두통이 너무 심해 기절하기도 한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두통환자의 95%가 편두통 환자다. 국내 보고 논문을 종합하면 비외상성 두통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한해 137~1,000여 명 정도다. 국내 대학병원을 100여 곳으로 산정할 때 매년 두통으로 응급실에 가는 사람이 최소한 1만3,700명에서 10만명에 이르는 셈이다.

주민경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심각성에 비해 이름 자체가 한쪽 머리가 아픈 증상처럼 지어져 환자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환자는 서양인 환자보다 통증을 참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있어 두통을 별것 아니라고 치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편두통은 통증을 참더라도 그 여파로 인한 생활 속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편두통 환자는 업무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편두통 환자 159명을 조사한 국내 자료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평균 21일간 두통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편두통은 사회경제적 영향력도 커 편두통으로 인한 질병 부담은 세계적으로는 6~7위, 국내에서는 4위에 이른다. 이는 당뇨병보다 앞선다. 방치된 편두통이 만성편두통이 돼 질병부담을 높이고 있다.

한 달에 8회 이상 두통생기면 전문의 찾아야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인 삽화성 편두통(episodic migraine) 환자의 3%가 1년 후 만성편두통으로 바뀐다. 약물과용, 비만, 무해자극통증, 우울, 불안, 불면, 카페인중독 등이 삽화성 두통을 만성화시키는 요인이다. 만성편두통 환자는 인구의 1.8%나 되지만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5%에 불과하다.

김 학회 회장은 “편두통은 조기 관리하면 잘 잡을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편두통으로 바뀐다”며 “한 달에 두통을 느끼는 횟수가 5회 이상이면 만성편두통이 될 위험도가 5배 높아진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두통 일수, 변화 양상을 잘 살펴 빨리 두통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두통이 월 15회 이상이거나, 하루 4시간 이상이거나, 한 달에 8일 이상 3개월 넘게 나타난다면 만성편두통으로 진단된다. 대한두통학회는 한 달에 8회 이상 두통이 생긴다면 만성편두통을 염두에 두고 두통 전문의를 찾기를 권한다.

진통제만 쓰면 더 악화되는 편두통

편두통을 진통제로 억누르면 만성편두통으로 악화되고 약물 과용으로 또 다른 두통을 겪게 된다. 늦게 치료할수록 치료법이 복잡해지고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지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급성기에는 편두통 양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로 치료한다. 급성기 편두통 표준 치료제는 통증전달물질을 억제하고 뇌혈관을 수축하는 작용을 하는 트립탄제다. 이 치료제는 심혈관계에 문제 있는 사람에서는 쓰기 어렵다. 최근 이를 보완한 신약(라스미디탄)이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돼 새로운 치료옵션이 되고 있다.

만성편두통은 두통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여 일상생활의 불편을 없애는 예방치료가 중요하다. 현재 예방치료로 유일하게 보톡스 주사요법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최근 아시아두통학회에서 발표된 한국인 편두통환자를 대상으로 한 보톡스 주사요법 임상연구 결과에서 보톡스 주사요법의 효과가 입증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편두통을 알리는 신호는?>

-눈이 빠질 것처럼 아파요.

-감기 기운이 있으면 머리부터 아파요.

-체하면 머리가 아파요.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부터 아파요.

-조금만 시끄러워도 짜증이 나요.

-내 살이 남의 살 같고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요.

-생리 때마다 너무 아파서 꼼짝 못 해요.

<편두통 증상>

-머리 전체가 아파도 편두통일 수 있다.

-머리가 아플 때 심장 뛰듯이 머리가 쿵쿵 울린다.

-머리가 아프면서 눈앞이 번쩍번쩍하거나 물체 크기가 제각각 보인다.

-속이 메슥거리거나 식욕 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이 심해진다.

-머리가 아파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두통이 심해 며칠 동안 누워지낸다.

<편두통 진단 체크리스트>

<자료: 대한두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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