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브래지어가 불편하다고? 당신 가슴에 답이 있다!

입력
2017.08.02 04:40
0 0
‘브래지어 전문가’ 박수영(왼쪽) 소울부스터 대표와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팀장. 류효진 기자
‘브래지어 전문가’ 박수영(왼쪽) 소울부스터 대표와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팀장. 류효진 기자

37만3,800시간. 한국 여성이 평생 브래지어를 입고 있는 시간이다. 평균 수명(86세)의 여성이 13세부터 매일 14시간씩 착용한다고 치면 그렇게 엄청난 숫자가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브래지어를 모른다. “대체 왜 이렇게 불편한 거야?” 아무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 ‘여자니까 입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을 뿐.

한국일보 기자ㆍ직원 14명이 브래지어 사이즈를 재 봤다. 22년 동안 브래지어를 만든 강지영(46) 비비안 디자인팀장의 도움을 받았다. 자기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겨우 다섯 명이었다. “저는 말랐으니까 당연히 75A 아닌가요?” “뚱뚱해서 눌리고 조이는 줄 알았어요.” “백화점 직원이 추천한 사이즈라 믿었는데요.” “늘 답답했지만 여자로 태어난 죄다, 견디자 했죠.” 강 팀장은 “속옷 회사들이 ‘사이즈 알기’ 캠페인을 오래 했는데, 이 정도로 모르는 건 충격적이다”고 했다.

브래지어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노브라 패션’이 부담스럽다면, 내 몸을 잘 알고 입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 팀장과 맞춤형 브래지어 스타트업 소울부스터의 박수영(31) 대표가 궁금증 해결에 나섰다. 회계사 출신의 박 대표는 데이터와 이론으로 무장한 전문가다.

“우리는 가슴에 무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_한국 여성 가슴의 특징은.

박수영(박)=“서양 여성에 비해 퍼진 모양이고, 다른 아시아 여성보다 올라 붙었다. 이전보다 가슴 둘레는 작아졌지만, 가슴 용량이 엄청 커진 건 아니다.”

강지영(강)=“A, B컵이 여전히 절대 다수다. 소수 소비자를 위해 C, D컵을 만들지만 늘 재고가 남는다.”

_많은 여성이 귀가하면 브래지어부터 벗는다. 왜 이렇게 불편한가?

강=“브래지어 탓만은 아니다. 사이즈와 스타일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매장 직원이 눈대중으로 보고 권하는 대로 입는 경우가 많다. 가격부터 따지기도 하고.”

박=“브래지어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도 잘 모른다. 크기와 가슴 둘레 말고도 알아야 할 게 양쪽 와이어가 연결된 위치, 즉 ‘중심’이다. 중심이 높은 고중심 브래지어는 큰 가슴을 튼튼하게 받쳐 준다. 빈약한 체형, 특히 가슴 윗부분이 없는 여성이 입으면 컵이 뜬다. 가슴이 커도 운동을 많이 해 흉곽이 벌어진 체형이라면 답답하게 느끼는 게 고중심 디자인이다. 저중심 브래지어는 작은 가슴을 힘껏 모아 클리비지를 만들어 주지만, 처진 가슴엔 불편하다. 옆에서 보면 가슴이 납작하게 눌린 모양이 되기도 한다. ‘고중심=큰 가슴, 저중심=작은 가슴’이 진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자기 가슴에 무관심한 게 문제다.”

_왜 무관심한가.

박=“2차 성징이 나타나면 대개 엄마가 브래지어를 사다 준다. 엄마가 어릴 때 입은 사이즈를 사 주고, 아이가 자라면 엄마들 평균 사이즈인 80A를 사 준다. 아이는 불편해도 ‘엄마가 사 줬으니 맞겠지, 브래지어가 원래 이런 건가 보다’하고 꾹 참는다. 성인이 되면 귀찮아서 또 참는다.”

강=“아이를 상점에 데려가 사이즈를 재고 브래지어를 사 주는 부모는 거의 없다. 그냥 제일 작은 걸 사 준다. 시작부터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홈쇼핑에서 사이즈별로 몇 개씩 묶어 파는 저가 브래지어가 잘 팔리는 걸 보면, ‘브래지어는 몸을 가리면 그만인 도구’라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

_딱 맞는 사이즈는 어떻게 확인하나.

강=“전문 매장에서 윗옷을 다 벗고 재고 상담하는 게 최선이다. 부끄러우면 줄자로 스로 재도 괜찮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가슴 바로 아래 흉골 둘레가 75, 80, 85 사이즈 순으로 커지는 밑가슴 둘레다. 유두를 지나는 둘레는 윗가슴 둘레다. 윗가슴과 밑가슴 둘레 차이가 컵 크기다. 차이가 10㎝면 A컵, 12.5㎝면 B컵 식으로 2.5㎝를 기준으로 커지거나 작아진다. 등 뒤에 거울을 놓고 줄자가 수평인지 확인하며 재는 게 요령이다. 잰 사이즈를 덜컥 사지 말고, 한 치수씩 크거나 작은 사이즈를 다양하게 입어 봐야 한다. 청바지는 입어 보고 사면서, 왜 브래지어는 그냥 사나.”

박=“매장 점원을 너무 믿는 건 위험하다. 백화점 8곳을 다니며 사이즈를 재 봤는데, 엉터리인 곳도 있었다. ‘가슴이 어떻게 생겼어요?’ 대신 ‘어떤 디자인이 좋아요?’라고 묻는 것도 여전하다.”

강=“요즘 판매 직원은 가슴 사이즈 측정 교육을 꼼꼼하게 받는다. 그럴 리 없다(웃음).”

“와이어, 유죄일까?”

박수영(왼쪽) 소울부스터 대표와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팀장. 마네킹에 입힌 것이 와이어, 몰드 없이 가슴을 넓게 감싸는 ‘브라렛’이다. 류효진 기자
박수영(왼쪽) 소울부스터 대표와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팀장. 마네킹에 입힌 것이 와이어, 몰드 없이 가슴을 넓게 감싸는 ‘브라렛’이다. 류효진 기자

_브래지어가 불편한 건 결국 와이어 때문인가.

강=“와이어 없이 컵 모양이나 패턴만으로 가슴을 지지하고 모으는 건 한계가 있다. 그런 기능을 포기할 수 없다면, 조금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 요즘 쓰는 하이플렉스 와이어는 탄성이 좋아 그나마 착용감이 괜찮은 편이다. 와이어를 쓰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딱딱한 철 와이어였다. 대안으로 나온 게 체온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형상기억합금 와이어인데, 비싼 게 단점이다. 하이플렉스 와이어는 소프트, 스트롱 타입이 있으니 입어 보고 사자.”

박=“와이어엔 죄가 없다. 가슴 사이즈와 구조가 문제인데도 와이어만 탓하면 평생 편안한 브래지어를 만날 수 없다. 와이어 없는 노와이어 브래지어는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단가가 싸다. 어느 정도는 상술이라는 얘기다. ‘와이어에서 가슴을 해방시켜라’는 마케팅이 먹히는 면도 있다.”

_와이어 때문에 유방암에 걸린다고 하는데.

박=“금속 와이어가 림프액의 흐름을 막아 암을 유발한다는 설이다. 2009년 미국에서 나와 확 퍼진 주장인데,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 전문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도 아니다. 유방암의 원인은 호르몬, 유전, 생활 습관 등 복합적이다.”

_브라렛(와이어, 몰드가 없고 가슴을 넓게 감싸는 브래지어)이 대안인가.

강=“예전엔 와이어 없는 브래지어를 아줌마ㆍ할머니용이라고 했는데, 인식이 바뀌었다. 자기 몸 긍정주의와 맞물린 트렌드다. 브라렛은 착용감이 좋고 유두 노출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모으고 받쳐 주는 기능은 미미하다. 와이어 브래지어와 브라렛의 장점을 접목하는 게 요즘 고민이다. ”

박=“브라렛을 택한다면 옷 맵시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대세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_노브라 패션도 괜찮은가.

강=“말리고 싶진 않다. 자신감과 철학의 문제다. 브래지어 만드는 사람이니까 ‘꼭 입어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박=“유두 노출은 그래도 부담스럽다. ‘우리 속 원숭이’가 되는 느낌을 감수할 자신이 없다.”

_브래지어를 안 입으면 가슴이 처지나.

박=“가슴은 그물 같은 조직이다. 운동 등으로 크게 흔들려 조직이 끊어지면, 다른 신체 조직과 달리 재생되지 않는다. 자세가 나쁘면 체형이 서서히 바뀌듯, 가슴도 마찬가지다.”

강=“얼마나 과격한 운동이냐, 가슴이 얼마나 크냐에 달렸다. 요즘 스포츠 브래지어는 소프트ㆍ하드 타입으로 나뉘니 운동 강도에 따라 골라 입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_끈 없는 브래지어는 왜 흘러내리나.

강=“끈 없는 스타일의 수요가 있어 만들긴 하는데, 잘 맞는다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컵과 밴드만으로 브래지어를 고정시키는 건 어렵다. 컵이 작으면 가슴이 눌리고, 밴드가 작으면 불편하다.”

박=“그냥 투명 끈 브래지어를 입는 게 낫다.”

_브래지어를 노출하는 ‘시스루 패션’은 어떤가.

강=“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한, 개인 취향의 문제다. 예전엔 하얀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브래지어를 입어 비치지 않게 하라고 권했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중요한 건 자기 만족이다. 브래지어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다.”

박=“보일 듯 안 보일 듯 브래지어를 노출하는 게 고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_브래지어 해외 직구는 모험인가.

박=“시행착오를 감수한다면 도전해도 괜찮다. 한국 여성에게 한국 브랜드가 최선인 건 아니다. 딱 맞는 운명의 브래지어가 해외에 있을 수 있다(웃음).”

_브래지어 관리법은.

강=“중성세제로 조물조물 손으로 눌러 빠는 게 원칙이다. 뜨거운 물에 빨거나 삶는 건 금물이다. 손빨래가 귀찮으면 전용 세탁망이라도 써야 한다. 세탁망엔 브래지어 2, 3개만 넣자. 세탁기에 탈수하거나 비틀어 짜면 안 된다. 모양을 잡아 그늘에서 말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김도엽(경희대 정치외교 3)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