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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검찰, 무오류 신화 깨기가 개혁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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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검찰, 무오류 신화 깨기가 개혁 출발점”

입력
2017.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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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ㆍ타건 압박수사 등

남용실태ㆍ문제점 자세히 지적

“검찰, 견제 기관 없는 것이

무한 권한의 원천으로 생각

공수처 등이 대안될 수 있어”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검찰은 절대 오류가 없다는 신화를 깨야 합니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임수빈(56ㆍ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검찰을 향해 작심하고 쓴 소리를 던졌다. 국민들이 검찰 개혁을 열망하는 가운데 그는 지난달 서울대 법학박사 학위논문으로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써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임 변호사는 표적수사 및 타건(他件) 압박수사, 심야조사 등 검찰권 남용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제가 검찰을 떠난 2008년보다 수사 관행이 더 나빠진 것 같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검찰 본연의 인권옹호기관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사들이 조직이기주의나 무오류 신화 등 자만에서 벗어나려면 검사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검찰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그는 “검찰이 지금처럼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 선후배들과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0년 임관한 임 변호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재직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보도를 한 혐의(명예훼손)로 피소된 ‘PD수첩 사건’을 맡아 ‘기소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이듬해 1월 검찰을 떠났다.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신상순 선임기자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신상순 선임기자

-논문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검찰을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니 검사들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신뢰도 부분에서 검찰이 꼴찌 기관이라고 하니, 선배로서 분석하고 후배들과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썼다.”

-논문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에 대해 가장 많이 할애했다. 이 부분이 검찰의 수사관행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표적수사나 타건 압박수사가 특수수사는 물론이고 일반 수사에서도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 수사기법이 전파되는 이유는 검찰이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인가.

“성과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수사하는 건 범죄다. 고문은 육체적인 부분이고, 이건 정신적ㆍ심리적 가혹행위에 해당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민ㆍ형사상 문제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소송해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검사들이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검찰 보고 수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공익대표자로서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는 제대로 해야 하는 거지,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검찰을 떠난 이후 개선된 부분이 있는 것 같나.

“더 나빠지고 있는 거 같다. 예를 들면, 검사가 피의자 면담하는 건 예전에 없었다. 변호사 되고 나서 보니 검사가 ‘면담이니 변호인이 입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건 규정에도 없고, 검찰이 만든 거다. 이 부분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거다.”

-검사들이 면담 때 자백 이끌어내고 싶어하고, 그걸 자랑스런 성과로 여기지 않나.

“이 부분이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지만 잘못된 거다. 훌륭한 수사기법처럼 전파가 되고 있어서 누군가 끊어줘야 한다.”

-검찰은 수사환경이 안 좋아져서 이런 기법이라도 없으면 수사 못한다고 합리화할 수도 있을 텐데.

“못하면 마는 거지. 못한다고 탈법적ㆍ불법적으로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런데 검사 앞에 가면 고양이 앞에 쥐라서 수사 대상자들이 이의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그렇게 수사해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거다.”

-피의자 동의를 전제로 심야 조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나.

“심야조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검사가 준비만 잘 하면 사실 2~3시간이면 끝난다. 장시간 조사하는 건 조사할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밤이 되면 피의자에게 불리하고 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 받는 입장에서 검사는 갑이고, 고양이고 하느님인데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피의자가 동의를 안 하겠나. 공정하지 않다.”

-지금도 심야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규정을 고치자는 거다. 오후 9시를 원칙으로 늦어도 12시 넘기면 안 된다고. 피의자 동의도 없애고, 더 해야 하면 또 부르도록 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자비로움, 배려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수사할 때 제한을 두자는 거다. 사람 부를 때 2주 전에 부르도록 하고, 5번 이상 부르지 말라 등 절차를 법률로 규정화해서 명확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래도 나쁜 놈은 때려잡아야 한다거나, 피의자 사정 봐주고 인권 고려하면 수사가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도 있다.

”법치주의가 확립된 이유는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때려 잡듯 수사하면 오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논리를 앞장세우면 독재가 되고 전제주의가 되고 인권침해가 되는 것이다. 처벌을 하는 건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데, 그렇게 한다고 또 다른 잘못을 하는 건 국가가 잘못하는 거다.”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신상순 선임기자
임수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신상순 선임기자

-검사들이 수사결과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절차적인 측면을 간과한다는 건가.

”결과가 안 나오면 안 나온 대로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수사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할 수 없는 거다.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 보니 그렇다.”

-검찰의 무조건적 항소ㆍ상고도 논문에서 지적했다.

“항소와 상고를 남발하는 이유는 검찰은 무오류라는 신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재판에서 져도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걸 깨야 된다. 그게 핵심이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정부와 법원은 사과하는데 유일하게 검찰이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게 바로 검찰의 문제다. 가혹행위는 경찰이 했지 우리가 했나. 법원이 유죄 선고했지 우리가 했나. 그런 검찰이 한 건 뭔가. 무오류 신화 때문이다. 오류를 인정하기 싫은 거다.”

-잘못을 인정하면 승진도 안 되고 심지어 옷도 벗어야 하는 검사들의 부담이 작용한 거 아닌가.

“그럴 때 뭘 우선해야 할지 검사들이 판단해야 한다. 검사 못하면 말아야지. 잘못 기소해서 감옥 가 있는 사람 있으면, 진범 찾았으면 진실을 밝혀주는 게 맞지 않겠나. ‘미안합니다’ 하고 검사 그만두면 된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도 개선해야 하나.

“기소독점주의는 괜찮다고 본다. 다만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 공소권 남용이 되지 않도록 기소기준제도를 도입하고 검찰 시민위원회 활동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

-검찰 개혁론자들이 검찰의 힘을 빼려고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대안이 될 수 있나.

“공수처는 대안이 된다. 검찰은 자기들을 견제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을 무한한 권한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법원이 할 수 있는 건 기소한 걸 무죄 만드는 것뿐이다. 기소 잘못해서 당하는 사람은 몇 년씩 당한다. 감사원도 예산 같은 것 말고는 검찰 업무에는 손도 못 댄다. 검사 자체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이 하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검사들이 조직이기주의나 무오류 신화,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수처가 또 하나의 검찰이 되면 국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3차장 산하 검사들을 대폭 줄이고, 형사부 위주로 바꿔야 한다. 특수ㆍ인지 수사기능이 너무 비대하다. 이 부분을 줄이고 공수처가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검사들이 특수부로 쏠리는 것이 현실이다. 옷 벗어도 돈도 잘 벌고.

“인원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형사부에서는 고소인 측에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한다. 반면 특수부는 피해자도 없는데 증거 찾으려고 샅샅이 다 뒤진다. 피해자 있는 범죄는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피해자 없는 수사는 깡그리 수사하는 건 맞지 않다. 억울하다는 사람을 먼저 수사해줘야 하지 않나.”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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