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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프 스톡’ 불법화도 못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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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프 스톡’ 불법화도 못하는 미국

입력
2017.10.30 15: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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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이 28일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의 샌타바버라 공동체교회에서 지난 1일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데니스 마리 코언의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있다. 샌타바버라=AP 연합뉴스
조문객들이 28일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의 샌타바버라 공동체교회에서 지난 1일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데니스 마리 코언의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있다. 샌타바버라=AP 연합뉴스

스티븐 패덕(64ㆍ사망)이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야외공연 관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58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미국 의회는 패덕이 범행에 사용한 보조 기구 ‘범프 스톡’ 규제 입법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 직후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ㆍ캘리포니아), 카를로스 커벨로 하원의원(공화당ㆍ플로리다) 등이 상ㆍ하원에 각각 범프 스톡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사건 후 4주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등 미국의 온라인 매체들은 현재 이들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될 계획조차 잡히지 않았다며 사실상 의도적인 무관심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패덕이 사용한 범프 스톡은 반자동소총에 장착해 사실상 자동소총처럼 연속 사격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구다. 미국에서 자동소총 소유는 불법이지만 범프 스톡은 여전히 쉽게 구할 수 있다.

언론이 지적하는 주원인은 상ㆍ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의 태도다.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의원이 이끄는 상원 사법위원회는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의 진상 조사가 완전히 이뤄진 후에 법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원도 폴 라이언 의장이 “입법 대신 주류ㆍ담배ㆍ화기 및 폭발물단속국(ATF)의 규정을 고쳐서 규제하게 하자”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

총기 규제 입법을 지지하는 민주당측은 “절망적이나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당ㆍ일리노이)은 허핑턴포스트에 “난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 왔다. 처음에는 슬픔과 분노가 있었지만 그 다음에는 침묵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총기규제) 법안은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으나 입법은 결국 의회 지도부에 달려 있고 그들은 이 문제를 띄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브레이던 마테이카(왼쪽)와 어맨다 호뮬로스가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브레이던 마테이카(왼쪽)와 어맨다 호뮬로스가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를 증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런 가운데 일부 총기 보유 옹호자들은 온라인에서 “총기난사 사건은 정부의 조작”이라는 음모론을 확산하며 피해 생존자에게 언어 테러까지 가하고 있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을 증언한 캐나다 출신 브레이던 마테이카(30)는 머리의 상처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위기 연기자”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에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결국 마테이카는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고, 음모론자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마테이카의 동생 테일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음모론자들을 웃어넘기려 했지만 총기 살해 협박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동영상 커뮤니티 웹사이트 유튜브에는 마테이카와 다른 피해 증언자 마이크 크롱크를 ‘가짜’로 비난하는 영상이 여전히 검색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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