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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세르반테스 (4.23)

입력
2018.04.2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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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가 '돈 키호테'를 탈고한 1년 뒤인 1616년 4월 23일 별세했다.
세르반테스가 '돈 키호테'를 탈고한 1년 뒤인 1616년 4월 23일 별세했다.

2003년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돈 키호테(Don Quixote)’ 새 번역본 추천사를 쓴 비평가 해럴드 블룸(Harold Bloom, 1930~)은 “돈 키호테는 최초의 근대소설이면서 아직도 가장 뛰어난 소설로 남아있으며, 세르반테스의 천재성에 필적할 만한 이는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허먼 멜빌이 돈 키호테와 햄릿을 섞어 에이헙 선장을 창조하고, 밀턴의 악마로 양념을 쳤다”며 돈 키호테가 구현한 냉소, 풍자와 아이러니, 그의 이상주의와 산초 판사(Sancho Panza)의 현실주의, 로망스와 패러디, 리얼리즘, 이성주의와 교조적 맹신, 낭만주의, 왜소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저항의 숭고미 등등이 후대에 빼어난 작가들의 창작 모티브였다고 썼다. 그는 “헨리 필딩과 로렌스 스턴, 괴테, 토마스 만, 플로베르, 스탕달, 멜빌과 마크 트웨인, 도스토예프스키… 저 모두가 세르반테스의 숭배자이자 학생”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돈 키호테가 편력한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답을 못 찾겠다”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의 목적, 동기와 갈망의 궁극을 알기 힘든 까닭은, ‘돈 키호테’를 읽으며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을 때조차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두렵게 마주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서,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는 빈한한 이발사(외과의 겸직)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20대 초반에 군인으로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다가 부상으로 왼팔을 거의 못 쓸 정도의 장애를 얻었다. 27세 땐 알제리 해적에게 잡혀 5년 간 노예로 살았고, 한 수도회의 도움으로 풀려나 귀국한 뒤 양곡조달원, 세금 징수원 등을 전전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는 몇 편의 소설과 희곡을 썼지만, 58세에 출간한 ‘돈 키호테’(1부, 1605) 덕에 이름을 알렸다. 책은 당대에도 큰 인기를 끌었으나 워낙 가난해 판권을 출판사에 파는 바람에 그는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10년 뒤 2부로 작품을 완성한 그는, 편력을 멈추고 숨지는 기사처럼, 이듬해 4월 23일 별세했다. 같은 날, 그보다 17년 늦게 난 세익스피어도 세상을 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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