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현빈 기자

등록 : 2017.07.17 04:40

‘안종범 수첩’ 증거 평가가 관건… 靑문건ㆍ정유라 증언 막판 변수

등록 : 2017.07.17 04:40

●안종범 수첩ㆍ朴말씀 자료

독대 직후 삼성 개입 증거로 제시

‘청탁 결과’ 결정적 증언은 없어

●朴, 삼성 현안 개입했나

복지부가 청와대에 보낸 메일

개입 사실 객관적 증명엔 실패

●남은 변수들

특검, 靑 문건들 증거 보강 기대

정유라ㆍ김상조 증언도 영향력

특검과 삼성 측의 재판 쟁점과 유불리 증거^증언/2017-07-16(한국일보)

“언론에는 (삼성에 유리한 정황을) 열심히 설명하며 법정에선 진술을 안 하는 모순된 행동을 한다.” 지난 1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ㆍ현직 임원들이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자 삼성의 이중적 자세를 비판했다.

이 일갈은 최근 삼성 측이 이 부회장 재판 내용과 관련해 유리한 면을 언론에 강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언론을 통해 여론에 신경쓰기론 특검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유라씨의 문자 논란 등 관심이 쏠리는 돌발 이슈는 선제적 해명과 설명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양측의 이러한 장외전은 재판부뿐 아니라, 언론에도 자신들의 논리를 이해시키는 ‘여론 쟁탈전’을 방불케 한다. 40차례 열린 재판이 어느 한쪽의 유ㆍ불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안종범 수첩의 딜레마… 결정적 증거이자 유일한 증거

지난 3개월간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밝히기 위해 ‘이 부회장의 청탁’과 ‘박 전 대통령 삼성 현안 개입’을 정조준 했다.

특검은 청탁 근거로 독대 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경영권 승계 등 삼성 현안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와 독대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을 제시했다.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두 사람 모두 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특검은 두 증거물을 정황증거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 수첩엔 삼성의 현안인 ‘순환출자해소’ ‘금융지주회사’라는 문구와, 최씨 측 현안인 ‘미르ㆍK스포츠’ ‘삼성역할, 승마’ 등 문구가 빼곡하다. 안 전 수석이 법정에서 “대통령이 지시한 걸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인정한 것도 특검에겐 호재였다.

다만 수첩 내용이 ‘청탁의 결과’라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말씀자료는 참고자료일 뿐,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 참고자료를 갖고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고 했고, 안 전 수석은 업무수첩에 적인 일부 단어들의 뜻을 묻는 질문에 “(급히 써서)알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작업 관련해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말한 부분도 삼성 측에 유리한 진술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들은 내용을 직접 기록한 것이라고 인정했고, 날짜 등 내용이 상세해 증거로서 가치가 높다”면서도 “다만 법원이 뇌물 사건과 관련해선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이 있을 때만 유죄를 주는 경향이 있다. 예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가 업무수첩을 증거로서 얼마나 높게 평가하느냐가 양측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을 도왔나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도 특검의 역할이다. 특검은 합병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판결을 결정적 근거로 보고 있다. 판결문에는 청와대 개입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하지만 ‘복지부가 청와대에 보낸 이메일’과 관련해선 “청와대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과 관련성이 높은 증거”라고 판시했다. 또 “(합병 찬성 압박은) 복지부 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연금공단 직원), “연금공단 고위간부가 안 전 수석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청와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연금공단 간부)는 법정 증언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삼성 측은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증인들은 청와대의 개입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데 실패했다. 삼성은 오히려 “합병은 국민연금의 기금자산을 증식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연금공단 리서치 팀장 증언을 근거로 합병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문 전 장관의 판결문에 ‘국민연금은 손해를, 이 부회장은 재산상 이득을 보게 됐다’고 명시된 부분은 미르ㆍK스포츠 출연 등이 강요에 의한 지원이지 이득을 챙기지 않았다는 삼성 측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한 반면, 한 법원 관계자는 “해당 판결은 문 전 장관의 행동이 우연하게 이 부회장 재산상 이득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 것일 뿐, 이 부회장의 부정청탁 등 그 이상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선고 한 달 앞두고… 청와대문건ㆍ정유라증언 변수

재판부는 8월2일 결심재판을 끝으로 심리를 종료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가 결심 일정을 고지한다는 건 사건 전반에 어느 정도 심증이 섰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심 일정이 고지된 뒤 등장한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캐비닛 문서’ 등은 재판의 향배를 예측하기가 더 어렵게 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민정비서관실 문건’은 특검의 부족한 증거를 보강해줄 수 있는 단서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등 박 전 대통령 또는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 의지를 담은 정황이어서 “안종범 수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공개된 내용만으론 말씀자료와 업무수첩 내용이 유사한 데다, 이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선 이 문서의 작성자나 진위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특검도 “넘겨받은 자료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재판부가 재판 일정을 재조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청와대가 제시한 문건 때문에 재판 일정을 수정한다면 ‘사법부의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난 여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라씨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인 출석 역시 변수로 배제하긴 힘들다. 법정에서 정씨는 엄마인 최씨와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을 ‘전언’의 형식으로 쏟아냈고, 김 위원장은 오랜 시간 삼성을 연구한 학자 입장에서 삼성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다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씨와 김 위원장의 진술은 전언과 의견 형식이라 증거 효력은 미미하겠지만,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일수록 이런 증언들이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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