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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비ㆍ세븐’이 나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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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비ㆍ세븐’이 나오지 않는 이유

입력
2017.02.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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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솔로 댄스 가수의 몰락

아이돌 그룹이 수익에도 유리

기획사들, K팝 군무에만 집착

비(사진 위)와 세븐의 뒤를 이을 남성 솔로 댄스 가수의 가뭄이 심각하다. ‘군무’를 앞세운 K팝과 힙합의 득세 영향이 크다. 레인컴퍼니ㆍ일레븐나인 제공
비(사진 위)와 세븐의 뒤를 이을 남성 솔로 댄스 가수의 가뭄이 심각하다. ‘군무’를 앞세운 K팝과 힙합의 득세 영향이 크다. 레인컴퍼니ㆍ일레븐나인 제공

전영록(1971), 박남정(1988), 박진영(1993), 싸이(2001), 비(2002), 세븐(2003). 가요계를 이끈 남성 솔로 댄스 가수 계보다. 이들의 춤은 전국을 ‘춤 바다’로 출렁이게 했다. 박남정이 1980년대 손가락만으로 흥을 돋웠던 ‘기역니은춤’(‘널 그리며’)을 비롯해 싸이의 ‘말춤’(‘강남스타일’)등이 대표적이다.

바닥에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무대를 휘저었던 세븐의 활약 이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가요계 남성 솔로 댄스 음악 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다. 세븐 이후 눈 여겨 볼 신인이 등장하지 않은데다, 시장을 주도하는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가요기획사들이 5년 넘게 단 한 명의 신인도 내놓지 않아 남성 솔로 댄스 가수의 명맥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여성과 비교하면 남성 솔로 댄스 시장의 현실은 더 초라하다. 보아(2000)와 아이비(2005) 이후 에일리(2012)가 등장한 여성과 달리 남성 쪽에선 세대 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여가수보다 팬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남성 솔로 댄스 시장에서 ‘신인 가뭄’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 솔로 댄스 가수 시장의 몰락은 K팝 아이돌 그룹의 득세와 맞물려 빨라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아이돌 그룹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사로 잡는 한류 콘텐츠로 급부상하자, 많은 기획사들은 솔로 대신 그룹 결성에 힘을 쏟았다. 아이돌 그룹의 빈틈없고 박력 넘치는 ‘군무’가 K팝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으로 주목 받자, 퍼포먼스를 부각하기 위해 그룹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위험 부담이 큰 데도 기획사들이 솔로보다 그룹 제작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하나금융투자가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과정과 수익구조 등을 분석한 ‘남자 아이돌이 군대에 간다’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습생 생활을 거친 5인조 그룹이 데뷔해 6주 동안 활동을 하려면 최소 10억원 이상이 든다. 남성 솔로 댄스 가수와 그룹을 모두 제작해 본 한 기획사의 대표는 기획사들의 솔로 댄스 가수 제작 외면에 대해 “솔로 보다 그룹이 팬덤 확보와 유지가 더 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은 실패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명도를 얻으면 매출의 폭발력이 솔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다. 그룹으로 확보한 팬덤을 바탕으로 멤버들의 솔로 활동을 통해 2차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10~20대가 주로 소비하는 음악 장르가 댄스에서 힙합으로 변하고 있는 탓도 크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힙합 음악의 음원 시장 점유율이 2009년 7%에서 2015년 27%로 껑충 뛰어 오른 반면 댄스 음악 시장은 같은 기간 53%에서 31%로 쪼그라들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힙합이 득세 함에 따라 래퍼 혹은 리듬앤블루스(R&B) 장르를 부르는 솔로 가수 데뷔는 늘겠지만, 댄스 음악에 주력하는 가수는 앞으로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배우 김태희와 결혼한 비가 내달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준비에 한창일 뿐, 올 상반기 내 남성 솔로 가수 데뷔 움직임은 여전히 없다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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